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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리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 게임계의 스너프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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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no part 2

 

직장 동료분들이 모두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많다보니 어느날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인도에 게임을 딱 하나만 들고 갈 수 있다면 뭘 가져가시겠어요?'

한참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 영혼의 장작인 다크소울이었고 이어서 빼놓기 너무 힘든 명작들 - 호라이즌 제로 던, 블러드 본, 언챠티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갓 오브 워, 스파이더맨, 할로우 나이트, 동물의 숲, 등등이 떠올랐구요.

하지만 언제까지 머무르게 될지도 알 수 없는 무인도에서 수많은 회차 플레이와 다양한 컨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들을 미뤄두고서 결국 선택한 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1 이었습니다.

 

왜냐면,

그건 단순히 재미를 떠나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며 무엇을 감내해야하는지 꾸준하게 물어보는 위대한 작품이었으니까요.

 

...

 

라오어1이었다면 진작에 엔딩을 봤을 것 같지만 야금야금 플레이해서 6월 30일 새벽 5시경에 엔딩에 도달했습니다.

엔딩 영상을 찾아본 건 아니지만 리뷰나 생방송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이었고 역시나 보고 나니 우울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명작을 처음 끝마칠때면 나에게 장대한 여정을 선사해 준 이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로 스탭롤을 끝까지 틀어놓는데,

Neil Druckmann 이라는 '문장'이 보이자마자 스탭롤을 종료해버렸습니다.

그 후 제 시야에 들어온 보트는 저에게 그 보트를 다시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지도, 그 보트를 영영 잊고 싶지도 않은 그런 먹먹하고 어중간한 감정만 싣고 백사장에 널부러져 있었을 뿐입니다.

 

서론이 좀 길었네요,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 이 글은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1. 개연성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후속작

 

라오어1이 저에게 남긴 유산들을 생각하면 최소한 내가 이걸 긍정적으로 노력해 볼 여지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문제의 죠엘의 사망 장면은 물론이고 엘리의 임신한 멜 살해 역시 그렇고 결국 모든 걸 잃어버리는 엘리의 마지막 또한 말이죠.

비록 가상의 인물과 세계관이라고는 해도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문제인데 라오어2의 그 전개, 가능성은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전반을 통해 주연 인물들은 모두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격을 성장시켜 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리도, 죠엘도, 에비도 절대 생각이 모자란 인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라오어2의 전개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과정에서의 설득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이야기에서의 '왜'는 크고 작은 모든 맥락의 근간이며 독자에게 보내는 설득력 그 자체입니다.

결과로 보여주는 게임 개발에서의 '의도'와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아무리 나이들어 녹슬 수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위험한 잭슨 주변을 정찰하며 면역인 엘리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는 죠엘을 생각하면 그렇게 허무하고 당했을 리가 없고,

디나를 뒤에 두고서까지 다시 에비를 찾아간 엘리를 생각하면 죠엘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를 그런식으로 표출했을 리가 없고,

최소한 동료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에비라면 원수지만 자신을 구한 죠엘을 그렇게 고민없이 살해했을 리가 없다는거죠.

 

창조된 인물과 세계는 작가의 생산물이자 소유물입니다.

그 인물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지는 당연히 작가의 맘이구요.

하지만 그 창조물들이 독자에게 공유되는 순간 더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작가 맘대로 한답시고 특정 인물이 이유없이 성격이 변하면 독자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특정 세력이 근거없이 괴멸당한다면 독자들은 역시 의문을 표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지니는 모든 창조물들은 얼마가 됐든 부분적으로 현실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영웅이 날아다니며 악당을 물리치는 비현실적인 세상이라지만 사회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거나 외계문명에 공격당해 인류가 절멸 직전으로 갔다 하더라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면 설득력이 없을테니까요.

대중을 무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고집하는 경우는 돈을 벌 생각이 전혀 없거나 그 자체로 신드롬이 될 정도로 트랜드를 이끄는 경우일 뿐일 겁니다.

 

다만 라오어 시리즈를 2로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는 죠엘의 죽음도 엘리의 선택도 큰 문제가 아닐겁니다, 라오어1의 흐름을 모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라오어1을 접했던 유저들이 인지하고 있던 맥락, 인간성을 보전하기 위한 선택과 행동에 대한 고찰은 무참하게 무시당하고 부정당합니다.

라오어1에서의 죠엘의 폭력성이 납득되는 건 엘리가 죠엘에게 인간일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입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라오어1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라오어2의 등장인물들이 욕을 먹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이유는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포기하고 단지 스토리를 제작진이 원하는대로 이어나가기 위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에비의 아버지는 수술 동의나 당사자 확인따위 없이 인류를 위한다는 이유로 불확실한 성공률과 확실한 사망률을 가진 수술을 감행합니다.

에비는 얼룩말 가족을 구해주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엘리의 의지와 1도 상관없는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며 아버지를 두둔하면서 무차별한 폭력을 정당화 시킨 것도 모자라서 아버지의 괴물같은 선택은 생각도 안하고 생명의 은인을 원수라는 이유로 더없이 잔인한 폭력으로 짓밟습니다. 게다가 죠엘을 향한 폭력에는 생명의 은인에 대한 일말의 고민의 흔적이 없죠.

메를렌은 에비 아버지에게 딸이라도 죽일거냐고 물어봐놓고 죠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설득을 합니다, 이건 시리즈 순서가 꼬여서 나타나는 캐릭터성 파괴입니다만 그렇기에 제작진은 메를렌을 줏대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뭐 그래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세계에는 온갖 인간 같지 않는 것들이 널려있습니다.

라오어1에 나오는 식인 그룹부터 시작해서 후반에 나오는 레틀러라는 집단은 그야말로 저런 시대의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극악의 끝을 보여주죠.

문제는 에비와 에비의 아버지가 저런 종류의 악인이 아니며 스스로 옳고 그른 걸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며 플레이를 강요하며 설교를 해댑니다.

이해하라고 만든 인물들의 행동을 보면 하면 할 수록 더 이해가 안가는데 말입니다.

 

물론 라오어2가 반드시 인간성의 딜레마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라오어1과 같은 어조를 보여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꼭 라오어1에서 중요시했던 고민을 반복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아무리 인류의 멸절이 다가온 시대라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고민은 하는 흔적이라도 보여줘야하지 않았을까요.

그 대상이 정말 한번 쓰고 버릴 중요하지 않은 캐릭터면 얼마든지 양보해서 이해를 하겠습니다만 지금 제가 비판하고 있는 요소들은 전부 주요 인물들에게서 나온 문제점이니까요.

비중은 있지만 역시 조연인 오언의 경우, 죽음을 각오한 스카를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하다가 실수로 동료를 쐈다는 그의 변명은 어처구니 없었지만 최소한 행동에 대한 고민같은 것 없이 행동하는 에비에 비해서는 훨씬 인간적으로 보였습니다.

 

그 밖에도 죠엘의 동명이인 가능성, 죠엘은 적이 많은 걸 엘리도 아는데 토미가 모르고 이름을 알려줄까, 면역인 엘리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조우를 경계해서 방독면을 쓰게 하는 죠엘의 대책없는 자기소개, 굳이 앞에 총과 칼이 있는데 디나 목을 조르려다 엘리에게 뒤잡당한 조연, 의사인 멜이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며 임무 지원, 며칠간 전혀 잡히지 않고 생존력 만렙 찍은 토미와 제시가 지도를 두고 와서 추적 당함, 아무리 목숨을 빚졌다지만 도와줄 거 다 도와주면서도 섬까지 따라가는 에비, 그렇게 복수를 말리던 토미가 PTSD에 시달리는 엘리를 따라와서 복수를 강요, 엘리와 에비의 막고라가 방해받지 않기 위해 노예들이 빠져나오자마자 들 수 있게 감옥 앞에 준비해 둔 무기, 싸우다말고 떠오른 죠엘의 모습들이 대체 어떻게 용서의 계기가 될 수 있는가 등등등의, 유저는 불편해도 괜찮지만 본인들은 불편하기 싫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 문제가 많지만 일일히 풀어서 쓰진 않겠습니다.

 

이렇듯 라오어2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억지로라도 이어나가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전부 끊어내고 파트2라는 좋은 포장지로 꽁꽁 싸맴으로서 두 게임이 연결되어 있는 척을 합니다.

 

 

2. 상징과 주제의 결렬

 

라오어2에서 죠엘은 훨씬 더 큰 역할을 맡았어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죠엘은 라오어1의 상징 그 자체였으니까요.

 

일단 라오어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인간성의 회복입니다.

죠엘은 그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큰 상실을 겪은 후 살기 위해 '뭐든지' 하며 살아가다 엘리를 만나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고 인간으로서 살기로 결심해 나갑니다.

토미는 그 척박한 세상에서 인간들이 모여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테스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위를 보여줍니다.

엘리는 죠엘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철부지 소녀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고민과 선택을 유저를 대변해서 담당하는 건 죠엘이었기 때문입니다.

죠엘은 엘리하고만 생사고락을 같이 한 게 아니라 그 쌩고생을 유저와도 같이 했으니까요.

그렇기에 부정적인 리뷰를 하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게 이거죠,

유저는 죠엘이고 죠엘은 유저다.

그 상징을 제작진이 직접, 그것도 라오어2를 대변하는 캐릭터의 손으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거합니다.

그래서 죠엘이 죽었을때 라오어1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울음을 참지 못하고 불편함을 넘어선 혐오스러움이 온 몸에 퍼지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겁니다.

이건 라오어1을 철저히 부정하겠다라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라오어1과 분리된 라오어2의 주제는?

라오어2 역시 인간성의 회복을 궁극적으로 말하고는 싶어합니다.

복수는 나쁘다, 분노에 미쳐 살아도 결국 후회만을 남긴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어떻게? 위에서 말씀드린 개연성이 없어서 설득력이 1도 없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제작진이 강요하기에만 좋게 배치해놨으니까요.

 

복수가 그렇게 나쁘면 살인은 안 나쁩니까?

제3자끼리의 살해는 어쩔 수 없다쳐도 엘리와 에비가 서로 죽이겠다고 돌아다니면서 죽인 사람들만 모아도 작지 않은 마을을 꾸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엘리가 후회하고 에비가 좌절한 게 분노 때문인가요?

엘리는 분노가 아닌 집착과 ptsd 때문에 스스로를 막다른 길로 몰앗고 에비는 안식처를 찾다가 그냥 막말로 재수가 없어서 엘리를 다시 만납니다.

 

그래놓고 에비와 레브의 구도는 라오어1의 죠엘과 엘리를 은근히 투영합니다, 나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그 존재를 위해서는 어떤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치 않는.

하지만 죠엘&엘리와 에비&레브가 마음을 열게 된 과정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동한 거리나 기간은 말하나 마나고 모든 걸 잃고 막 살던 죠엘과 최소한 몸담을 집단과 동료들이 있는 에비.

아버지를 잃은 딸을 절대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만 딸을 잃은 아버지가 소녀와 오랜 기간 동행하며 생사고락을 같이 한 끝에 세상을 적으로 돌린 선택과,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도 충분히 도와줄만큼 도와준 거 같은데 굳이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어서 하루만에 자기 손으로 동료를 학살하는 선택은... 그래요 뭐 사람마다 다르지만 전 후자는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3. 제작진의 강제 세뇌

 

개연성 부족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만큼 자신들의 생각이 올바르다는 걸 각인시키려고 강제하는 진행도 문제입니다.

 

이미 죠엘을 살해한 시점에서 라오어1을 플레이 한 왠만한 유저들은 에비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 자체를 거부할텐데 억지로 에비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죠엘을 죽인 에비를 조종하게 되니 내 손까지 더럽힌 느낌이지만 뭐 좋아요, 뭐든지 한쪽 이야기만 듣는 건 좋지 않으니까.

그런데 막상 그녀의 사정을 이해해주고 싶어도 위에서 길게 풀어 강조했듯이 당최 그녀의 일련의 행동들을 이해를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설득력 없는 이 경험은 제작진의 생각을 강제적으로 주입당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유저들 정신 못 차리고 ???하는 와중에 흐지부지 된 복수의 결말을 슬쩍 건네주네요.

거기엔 복수에 대한 후회는 전혀 묻어있지 않고 '뭐 어떻게하다보니 이렇게 됐어 그냥 받아들여' 라는 대충 휘갈긴 제작진의 쪽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벙쪄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뭐 어쩌라고 하는 사이에 게임은 엔딩으로 흘러가구요.

 

 

4. 별점 테러

 

게임은 영화처럼 관찰만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해야만 진짜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대부분의 게임을 유튜브를 통해 간접 체험만 해도 어느정도 게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유튜브 에디션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특히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라면 유튜브 공개를 제작사에서 금지할 정도죠.

라오어2가 비판받는 부분이 바로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액션 부분이 아니라 관찰만으로도 파악이 가능한 스토리 부분입니다.

실제로 스토리를 비판하는 유저들도 전투와 연출 부분에서는 호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그렇다면 과연 유튜브등을 통해 라오어2를 구입하지 않고 간접 체험한 사람들을 '스토리를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오입니다, 스토리에 한해서는 경험을 해본 거나 마찬가지죠.

라오어2가 전투만 구현되어 있어서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게임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럼 메타 크리틱 유저 점수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토리를 체험해봤을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이야기인데, 함부로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평점 테러를 했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출시 전에는 어떻습니까.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게임을 경험해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입니다.

주로 평론가가 그렇죠.

일반 유저들은 공개적으로 알려진 정보외에는 결과물을 추측할 근거가 없기에 평론가들의 평가를 주시합니다.

왜?

즐기기 위해서는 내 소중한 돈을 투자해야 하니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하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평론가들이 하나 같이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매긴다면 유저는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심지어 전편도 높은 점수를 기록한 명작이었고 출시 후 유저들의 만족도도 높았다면요?

대중의 눈에서 바라보지 않은 평론가들의 평가만 믿고 구입했다가 일반 유저들은 자신이 기대한 적 없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받아보게 된 셈이 아니겠습니까.

모 사이트의 비유를 빌리자면 소고기 스테이크 맛집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새로운 메뉴를 출시했고 전문 시식가의 평이 좋길래 기대하고 갔더니 시식가의 리뷰에선 언급도 하지 않은 콩고기 스테이크를 받게 된 격이잖아요.

야채가 몸에 좋다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레스토랑에 기대하며 간 이유는 분명히 콩고기 스테이크가 아니지 않습니까.

 

경험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편견에 사로잡히게 한 경험자는 누구죠?

부정적 평가만 별점 테러가 아닙니다.

무차별한 긍정적 평가 또한 별점 테러입니다.

가뜩이나 플스5 출시 때문에 발매일 늦추려던 의혹에 너티독이 소니 퍼스트 파티라 소니의 입김을 직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혹에 전문 리뷰어들에게 소니가 참견했다는 의혹까지 있어서 소니 협찬 안녕이라는 밈까지 생겨버린 상황입니다.

단점이 있으면 있다고 확실하게 말을 해야지 온갖 미사여구로 칭찬만을 늘어놓고 대중을 눈을 현혹시켜 놓으면 다음에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을 믿겠습니까?

더더욱 유튜브로 먼저 입수한 사람들의 평가를 확인한 후 구입하게 되겠죠.

 

그리고 추가로,

메타 크리틱 평균 점수를 낮춘 사람들 중에는 유튜브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낮은 점수를 준 사람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반대는 과연 없을까요?

발매 직후 미친 듯한 속도로 떨어지던 점수가 중고 매물이 막히고 스위치 끼워팔기를 시작하니까 슬금슬금 오르는 것을 근거로 물량을 털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별점을 올린다는 추측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실제로 별점을 낮추는 사람들이 싫어서 별점을 올린다는 흔적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5. 예술병

 

저는 예대를 나왔고 디자인계에 6년 이상 몸담았던지라 같은 계열 사람은 물론이며 특히 예술쪽을 전공이나 일로 겪지 못한 사람들과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예술이라는 단어는 뭔가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거나 이해하기엔 너무나 난해한 것들의 비유로 많이 사용됩니다.

단어의 용도가 틀리진 않았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구현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의 경우 이런 표현이 아주 잘 들어맞으니까요.

하지만 예술이라는 표현이 그런식으로 위대한 업적만을 가르키진 않습니다.

예술을 제가 여기서 함부로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은 단순 작업의 반복입니다.

선을 하나 긋거나 흙을 한 덩이 덧대거나 소리를 한 음 내거나.

그 단순 작업들 사이에 행하는 사람의 고찰, 철학, 관찰, 표현 등이 녹아들어가며 연속성이나 형태가 생기며 분야를 품게 되고 성격과 방향이 생기며 예술이 됩니다.

어느 시점부터 어디까지가 예술인지 누구도 함부로 단정하지 못하구요.

 

영화를 할 수는 없지만  비디오 게임은 할 수 있기에, 비디오 게임은 현세대의 가장 궁극적인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저에게 게임은 그 자체로 예술품의 경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게임에서 예술을 시도하는 것은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려는 행동이라고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물론 예술가는 자신의 결과물을 팔아야 살아갈 수 있고 자신의 예술을 이어나갈 추진력을 얻게 됩니다.

예술가가 너무 자신의 생각에 빠지면 극소수의 지지자만 예술가의 작품을 사줄 것입니다.

예술가가 너무 대중의 의견만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예술가가 개성이 없다고 외면하겠죠.

(자기 생각만 피력하는데도 너무나 특출나서 트랜드를 주도하는 천재적인 사람들은 좀 예외로 두겠습니다)

그렇기에, 비록 한 개인이 창조해내고 구성한 세계관과 인물들일지라도 세상 모든 창작물은 공유되는 순간 작가만의 것이 아닙니다.

멋진 설정을 지닌 창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작가 본인이 어느 순간 기존의 맥락을 무너트려버리면 그전까지 그 창작물 소비하던 사람들은 당황하며 납득하지 못하겠죠.

그 후 소비자들은 그런 경험을 피하기 위해서 흐름을 근거없이 뒤틀어 놓은 작가를 등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과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작품치고 욕먹은 경우는 그다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술병이란 단어가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사람을 비꼰다는 의미에서는 닐 드럭만에게 사용되어질 여지가 있다고는 봅니다.

하지만 예술병은 새로운 것을 시도함으로서 리스크를 짊어지고 모험을 하는 도전자의 자세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닐 드럭만은 라오어2에서-

라오어1의 휘광을 등에 업음으로서 리스크를 짊어지는 태도도

기껏해야 해체주의를 답습함으로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태도도,

새로운 IP를 만들어서 모험을 해보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라오어2에는 오로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이 옳은 것은 대단하기에 무지한 대중들에게 설파해야겠다는 오만한 태도만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닐 드럭만이 예술병에 걸렸다는 건 그를 너무 높게 치켜올리는 표현입니다.

닐 드럭만은 계몽병에 걸렸다고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6. 유저 기만

 

지금까지 주욱 써놓은 이야기들을 종합하자면 라오어2는

겪을대로 겪어봤을 평론가들이 대중을 배려하지 않은 점수 테러를 했고

신규 IP는 안 팔릴 이야기임을 알았기에 전작에 대한 기대를 이용했고

게임의 형태를 지녔음에도 선택지도 없이 편파적인 감정을 강요했고

자신만이 옳다고 믿었기에 대중들을 비하하며 가르치려고 했고

오히려 우롱하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PC 요소를 어색하게 넣었고

밝혀졌듯이 연출을 교묘하게 편집함으로서 티저 영상으로 사기를 쳤고

기존 작품의 상징을 아무런 배려나 존경없이 잔혹하게 지워버렸고

클리셰를 깨보려고 했지만 이미 영화계에선 다 해본 거라 새롭지도 않았고

심지어 개연성조차 없어서 말이 안되는 설정을 억지로 이야기에 끼워맞췄고

불편하길 의도했다면서 불편해하는 유저들을 상대로 앞뒤 안 맞는 이야기나 하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걸 감당하고 끝까지 함께한 엘리에게 아무 것도 남겨주지 않았기에

라오어2는 유저를 기만했습니다.

 

그러면 아니다, 나는 기만당하지 않았다.

라오어2를 스토리가 쓰레기인 건 인정하지만 그외에 연출, 액션, 그래픽, 음악 등이 훌륭하고 나는 그 부분에 만족했기에 높게 평가할 가치가 충분히 존재한다.

라고 한다면 계속 반복하는 얘기지만 그럴거면 파트2를 떼고 다른 타이틀로 나왔어야죠.

파트2를 붙였다는 건 파트1처럼 스토리 포함해서 게임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일 의무가 있는겁니다.

파트1의 위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순간부터 해체주의 시도인지 뭔지도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구요.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받은 부분을 좋게 평가하고 싶은 건 알겠습니다만 최소한,

우리 모두가 기만당했다는 사실을 절대, 절대, 절대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7. 불편함을 일부러 내세워서 상품 가치를 올리는 것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준을 가질 수 없기에 인기가 좋은 게임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기 마련이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한거죠.

그렇기에 취향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존중 받아야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때로는 굳이 남에게 피해를 입혀서 자기만족을 하거나 인간성 밖에 있는 것을 탐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굳이 법, 규칙, 도덕, 상식을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하게 불편할 수 있는 요소를 가득 담아 영상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의했건 하지 않았던 잔혹한 폭력을 담아 상품으로 파는 스너프 필름이 그런 부류입니다.

저는 라오어2가 스너프 필름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스너프 필름이라는 표현이 너무 과한 처사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부러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경험시켜 주기 위해 쓸데없이 고어하고 쓸데없이 잔혹한 처형장면을 쓸데없이 자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이 포함된 매체를 제작했다고 총괄 책임자 본인이 직접 말했다면 그걸 스너프 필름이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역사의 남을 위대한 휘광을 등에 엎고 자기만족을 위해 반인류적 사기를 친 쓸데없이 영상미만 좋은 스너프 필름이 이 괴악한 창조물에게 줄 수 있는 제 최고의 평가입니다.

존재만으로 관계없는 제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로 끔찍하고 불편함에도, 그렇기에 그런 걸 즐기는 누군가는 항상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참고 목록

나무위키 라오어2 평가 항목 -https://namu.wiki/w/%EB%8D%94%20%EB%9D%BC%EC%8A%A4%ED%8A%B8%20%EC%98%A4%EB%B8%8C%20%EC%96%B4%EC%8A%A4%20%ED%8C%8C%ED%8A%B8%202/%ED%8F%89%EA%B0%80#s-4.1.1
허지웅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CBsGQ32H9qH/?igshid=nnrj6yj6gjge
<라스트 오브 어스2> 심층 분석 - 망겜은 어떻게 붕괴 하는가 - https://blog.naver.com/a_lord/222009767074
루리웹 유저의 소감글 - https://bbs.ruliweb.com/ps/game/85357/read/789?orderby=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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