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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하늘다람쥐

하늘다람쥐 복순 2365일 / 복돌 2053일 - 둘과의 시간이 이제 멈췄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2020년 12월 18일 새벽 2시~3시 사이에 복순이와 복돌이가 같이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1년 정도는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둘을 데려왔던 하랑마을(현 루블리제)에는 글을 올려뒀습니다만,

그래도 블로그에는 경험했던 것 느꼈던 것들을 좀 더 세세하게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워낙 포유류 동물들, 털 달린 애들을 좋아했습니다.

뭐 파충류도 딱히 꺼려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개나 고양이는 시간과 돈도 많이 들고 직장 다니면서 관리하기에는 애들한테 못할 짓인 거 같아서 일단 보류했구요.

반려동물을 찾다가 눈에 띈 게 슈가 글라이더였어요.

그런데 얘가 알고보니 설치류가 아니라 캥거루과라 취선이 있어서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점에서 살짝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알게 된 게 하늘다람쥐였는데, 저도 처음에는 '아니 하늘다람쥐 천연기념물이라 보호종일텐데?' 라고 생각했어요.

알고보니 분양하는 애들은 미국에서 온 하늘다람쥐더라구요.

그래서 국내산 하늘다람쥐가 아니어서 보호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소형동물치고 분양가가 작은 강아지만큼 다소 높은 편이라 고민을 하긴 했지만 키울때의 부담감이 훨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복순이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프라스틱 케이지 안에 천 틈 사이의 복순이 얼굴을 처음 봤을때 얼마나 떨리고 감탄스러웠는지.

자그마하고 복실복실하고, 사진에서 본 것과 똑같이 커다란 눈망울을 가지고 여기가 어딘지 어리둥절해하는 듯한 표정이었던 거 같아요.

입양처에서 알려준대로 새 케이지에 적응시키기 위해 3일간은 얼굴도 못 보고 케이지 안에 먹을 거 충분히 준 다음에 천으로 덮어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복순이와의 생활은 순탄하질 않았어요.

내 생각은 전달되지도 않는 거 같고 얘는 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난 잘해주고 싶은데 얘는 날 무서워만 하고.

그래도 내가 사람이니까, 동물은 말도 못하니까 그냥 잘해주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했는데 복순이랑은 끝까지 마음까진 통하지 못한 거 같지만요.

이름 불러도 안오고 먹을 것만 다 먹으면 바로 둥지로 도망가고 ㅎㅎ

 

복돌이는 복순이를 1년 좀 안되게 키우다가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좋지 않겠나 싶어서 데려왔습니다.

입양처에서 데려온 게 아니라 사정상 키우지 못하는 분께 입양받았구요.

집에 데려와서 그래도 혹시나 둘이 사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합사를 진행했어요.

정말 다행히 둘이 꼭 붙어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리고 혹시 둘이 같이 있다가 친해지고 하면 언젠가 번식이라도 하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네요.

 

그렇게 둘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처음처럼 관심을 가져주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설치류치고는 지능이 높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소동물이니... 자기들이 가진 본능에 충실할 게 당연했으니 내 정성을 몰라주는 애들을 탓하는 상황이 많아졌어요.

가끔은 애들한테 손대기도 귀찮고, 케이지 청소해주는 것도 귀찮고, 해서 정말 밥만 주고 방치하기도 했구요.

며칠간 집을 비우기도 하고, 이사도 가고, 주변 집에서 공사소리로 시끄러워도 대책을 못 세워주면서 어색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가고나니까 잘 해줬던 것들보다 못 해줬던 일들이 가장 후회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던 중 복돌이가 크게 다치는 일이 생깁니다.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오른쪽 손을 다쳐서 발가락쪽이 좀 부은 상태였거든요.

이걸 병원 보내야하나 그냥 놔두면 가라앉나 고민하고 있던 중인데...

일하는 중에 와이프가 전화하길래 뭐지하고 받았더니 울면서 이야기를 하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복돌이 다친 손이 케이지 틈에 끼어서 피가 막 나고 큰 소리로 울고 있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분께 양해구하고 바로 집으로 갔습니다.

일단 끼어있던 복돌이 손은 와이프가 빼냈는데 많이 놀라서 울고 있더라구요.

복돌이 손은 피투성이고...

다음날 바로 루블리제 병원으로 가서 복순이 복돌이 전부 맡기고 왔습니다.

근데 또 청천벽력이었던 게 복순이랑 복돌이 전부 기생충에 감염이 된 상태였다고 하네요, 그것도 꽤 심각하게.

치료는 해보겠지만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 못하신다고...

또 그거 듣고 망연자실해서 최대한 잘 치료해달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복순이랑 복돌이가 곁에서 사라지고 나서 약 7개월 후에,

너무너무 다행히 둘 다 저희에게 돌아왔어요.

복순이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었지만 복돌이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있었습니다.

복돌이 한쪽 손은 치료 중에 자기가 뜯어서 아예 사라졌고...

그렇게 활발하고 사람 좋아했던 애가 구석에 틀어박혀서 나오기는 커녕 얼굴을 들지도 않았네요.

치료 도중 시달려서 그랬는지, 한쪽 손을 잃어서 우울증이 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예전의 활발했던 복돌이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살아있는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게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이전까지 무심했던 행동을 반성하고 식단, 청결, 구충, 정말 신경 많이 써서 돌봐줬습니다.

 

진작에 그래줬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리고 2020년 12월 18일 새벽 1시~3시경...

둘은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저녁 먹을때까지만해도 주는 먹이 받아억었는데 마침 그날은 새로 업그레이드한 컴퓨터 세팅을 마무리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벽 4시쯤 자기 전에 간식 주고 자야겠다 싶어서 가봤는데,

둘 다 눈은 게슴츠레하게 뜨고 옆으로 누워있더라구요...

순간 상황이 이해가 안돼서 설마설마하다가 눈물도 안나오고 그냥 몇분간 그 앞에서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고 있는 와이프 살짝 깨워서 알려주고 같이 그 앞에 앉아서 눈 감겨주고 쓰다듬는데 그때서야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네요.

 

돌아보니 징후는 있었습니다, 제가 그게 징후인지 

언젠가부터 케이지 벽을 타지 않기 시작하고,

언젠가부터 화장실을 안가고 둥지에 볼 일을 보기 시작하고,

언젠가부터 멀리놔둔 먹이는 손도 안대기 시작하고,

언젠가부터 물 그릇도 건드리지 않기 시작하고,

모든게 언젠가부터 시작됐는데 그 변화를 깨달았을 때는 항상 1~2주가 지나간 상태였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그걸 그냥 너희들도 나이들기 시작하는구나- 싶기만 해서 그냥 엉덩이에 붙은 응가 떼주고 물티슈로 닦아주고 그랬거든요.

 

최근 분양되어지는 하늘다람쥐들은 오래 살면 15년도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 데려올때 평균 7~8년, 아무리 오래 살아도 10년이 한계라고 들었거든요.

이제 6년차를 지나 7년을 향해가는 복순이와 복돌이는 사람으로 치면 60~70대라고 봐도 무리가 없으니까 슬슬 준비는 해야겠다 생각은 해왔었는데...

모든 생명이 그렇듯이 떠나고 나면 못해준 것만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봐요.

그렇게 좋아하는 호두 조금이라도 더 줄 걸...

영양 때문에 브로콜리 주던 거 좀 줄이고 해바라기씨 조금만 더 줄 걸...

한 번이라도 더 꺼내서 쓰다듬어주고 이름 불러줄 걸...

 

둘이 동시에 떠난 게,

많은 분들께서 혼자 남는 게 싫어서 인가보다, 둘이 너무 사이가 좋았나보다, 주인 생각해서 같이 갔나보다 하시지만...

와이프도 둘 다 나이를 많이 먹었고 최근 평소답지 않게 새벽에 찍찍거렸던 것도 다 때가 가까워져서였을 거라고 위로해주지만...

그래도 둘이 너무 동시에 같이 가버린 게 이유가 있을 거 같고 그건 분명히 내가 뭔가 잘못해서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이 아무리해도 지워지질 않습니다.

 

보내주는 방법은 생각해 둔 바가 있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원래 나무타며 뛰어다녔어야하는 애들이니 푹 쉴 수 있게 된 지금은 산에서 쉴 수 있게 해주고 왔어요.

한참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나면서 와이프는 잘 있으라고 인사라도 하던데 저는 말이 안나와서 인사도 못하고 울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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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동물을 키울때의 책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중요하게 여겨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복순이와 복돌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들이 더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재미삼아 키우는 소동물이 아닌 복순이와 복돌이는 반려동물이자 저희와 같이 사는 가족이었구요.

그렇게 눈에 밟히는 애들이 많았는데도 쉽사리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못 들인 것도 그 영향일 수 있겠네요.

 

뭐 제가 그토록 바라던만큼 복순이와 복돌이가 저를 인정해주진 않았던 것 같지만...

근 2년간은 둘 다 제 손위에 올려두고 쓰다듬어줘도 얌전하게 앉아서 쳐다봐주고,

똥오줌을 쌀 지언정 최소한 저를 깨물지는 않았으니까요.

그정도면 복순이랑 복돌이에게 충분히 존중받은 게 아니었을까 저라는 인간의 시선을 가지고 멋대로 생각해봅니다.

 

거북이를 새끼때부터 키우는 게 아닌 이상 수명대로 산다면 왠만한 동물은 인간보다 먼저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죠.

우리에게 와줬던 게 복순이와 복돌이라서 다행입니다.

다름 집사님의 하늘다람쥐들처럼 부르면 날아오고 품안에 쏙 들어가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또 다시 하늘다람쥐를 키워도 복순이랑 복돌이를 키우고 싶어요.

다만 그때는 절대 복돌이 손 안다치게 정말정말 조심할 거에요.

 

고마웠어.

내가 그쪽으로 가게 되면 제발, 부디 마중 나와줘.

부탁할께 꼭 마중 나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