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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영상 리뷰

승리호 리뷰 (Netflix) - 승리호는 어쨌든 승리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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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넷플릭스를 구독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라면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2월 5일 만큼은 퇴근 후, 혹은 퇴근하며 넷플릭스를 키고 승리호를 시청하지 않았을까요.

제작을 발표할 때부터 워낙 들인 돈도 많았고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이슈거리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궁금했기에 시청한 일개 시청자로서 전문 리뷰어는 아니니까 담백하게 느낀 것만 적어보겠습니다.

다만 웹툰은 살펴보지 않았기에 영화로서의 승리호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플라네테스, 카우보이 비밥, 사이버 펑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SF 영상물의 명작 모음집?

우주 진출 후 생길 수 있는 데브리를 제거하는 일과 일상이 접목됐다는 점에서 플라네테스,

전반적인 분위기와 기름과 금속냄새 쩌는 빈곤한 동네를 묘사하는 표현력에서 사이버 펑크,

여성1 남성2 아이1 기타1의 빚에 찌든 조합이라는 점에서 카우보이 비밥,

강력한 힘을 둘러싼 결국 우주 활극이라는 점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기술력에 의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극명하게 나눈 SF라는 점에서 총몽,

 

보는 내내 영향을 받았을 거 같은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타워즈, 마크로스, 블레이드 러너, 공긱기동대, 월E, 에일리언 등등 그 외에도 영향을 준 작품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이 작품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이 중에 타고 다니는 선박이나 찌질함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메인 캐릭터들도 그렇고 성별적 포지션을 나눈 기준을 생각했을때 가장 영향을 많이 줬다고 보이는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카우보이 비밥 같습니다.

 

2. 이 CG는 꽤 좋은 CG이다

첫 인상부터 괜찮았습니다.

물론 할리우드 최고급 CG에 익숙해진 눈이 이어져 나오는 애매한 화성의 유토피아의 모습에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주에서의 추격전이나 대규모 총격전 장면, 특히 후반 업동이 우주 전투 장면은 넋을 잃고 감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함선 내부나 그외의 자잘한 실내 장면이 스튜디오였는지 CG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CG촬영 수준이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기대할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네요.

 

3. 이 배우들은 아주 좋은 배우들이다

유해진씨 지못미...

출연진이 화려합니다.

뭐 하나 어디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라 막눈인 저에게 연기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였어요.

 

다만 배우들은 좋았지만 연기한 캐릭터를 꼽아보자면 많이 아쉬운 점들이 보입니다.

송중기씨가 가장 무난하게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해요.

김태리씨의 후반 전투는 결의와 회심어린 웃음에 비해 큰 활약성이 묘사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유해진씨의 그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가 업동이의 모션에 잘 스며들었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진선규씨의 캐릭터가 악독할 때와 부드러울 때 차이가 좀 더 살벌하게 차이났으면 좋았을 거 같습니다.

 

뭣보다 타이거 박 생각보다 싸움 너무 못해 ㅠㅠ

아니 그정도까지 막다른 길이면 그동안 숨겨왔던 진짜 실력 뭐 그런 거 있을 수 있지 않나??

무쌍 찍으며 개 발라 버릴 줄 알았는데 잔꾀 캐릭터였어...

 

덤으로 외국인 배우분들도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들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피에르... 기억할께...!!

 

4. 겉모습만 좋으면 뭐하나 들춰보니 여전히 뼈대는 흔들거리는데

구성은 꽤 괜찮습니다.

그야 그럴게 SF 작품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작품들에서 성공적으로 먹힌 소스들을 가지고와서 잘 버무렸으니까요.

황폐화된 지구와 지구를 대체할 장소.

돈과 권력으로 살 수 있는 유토피아 세계.

밑바닥 인생들이 막아내는 세계의 위기.

인간과 로봇, 혹은 안드로이드 사이의 갈등.

선악을 구분짓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등장인물.

사이가 좋은 듯 나쁜 듯 하지만 결정적일땐 의기투합하는 인물들.

악역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목적이 일치하는 어떤 단체.

최신 기체를 어떻게든 이기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체.

다 잡아먹을 듯 하나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꾀에 빠지는 빌런.

 

이것만 봐도 벌써 영화 수십편 떠오르지 않습니까...??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맛있는 재료만 가져와서 다 섞어놓는다고 맛있는 요리가 되는 건 아니죠.

 

승리호의 가장 큰 문제는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걸 설명하고 설명해야할 걸 설명하지 않았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굳이 나노봇이 이랬네 저랬네 줄줄 설명해서 중반부의 위기 대체 방식과 후반부의 전개를 다 예상하게 만들질 않나...

당최 빌런의 이상한 신체적 변화와, 행동이나 목적의 뚜렷한 근거를 설명하질 않아서 답답하게 만들질 않나...

다 터져서 뭐 어떻게 될 거 같이 설명해놓고 아니 근데 왜 저건 멀쩡해??? 으읭??? 해서 감상 흐름 끊게 만들고.

 

복선은 미묘하고 은근하게 심어뒀어야했는데 실제로는 그냥 설명쟁이 스피드웨건이었고,

맥거핀은 긴장감을 유발하게 심어둬야할텐데 실제로는 추가 설명이 필요한 설정 구멍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복선과 맥거핀 둘 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거라고 봅니다.

마지막 반전과 전투방식의 편집만큼은 잘 숨겨놨다가 짠하고 보여줘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이런류의 흐름에 익숙하신 분들은 후반에 다다랐을때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많았을 거에요.

 

결국 각 재료들이 가진 특유의 맛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걸 다 섞어놓고 나니 그냥 평타는 넘게 치는 맛이었어요.

1+1=2였을 뿐 1+1=3이 되지 못한게 끝내 아쉬울 뿐이군요.

 

5. K-신파, 아 좀 제발 그만

한국영화는 왜 그렇게 신파에 목을 매는거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은 왜 꼭 다시 유령같은 모습으로 찾아와서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게 만들고 떠나는거죠.

소중한 존재와의 거리를 나타내주는 아주 정말 엄청나게 훌륭한 영화적 장치를 잘 세팅해놓고도,

결국에는 그 재회를 어떻게든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서 뻔하디 뻔한 간접경험을 하게 만들어놓네요.

아니 좀 그...

소중한 사람과의 거리를 표시하는 장치의 불이 서서히 꺼지는 거 얼마나 슬퍼요.

더 뭐가 필요해애 누가 사라지고 누가 슬퍼하는지 우리 다 뻔히 알잖아 두시간 내내 영화를 봤는데.

장치뿐만 아니라 필적이 담긴 노트라던가 뭐 묘사할 거 엄청 많잖아요,

왜 꼭 하얀방에서 둘이 꼭 껴안고 환해져야만 하는 겁니까 대체.

 

아 진짜 하얀 방 나오자마자 그동안 나쁘지 않게 감상하던 기분 다 날아갔었습니다.

 

6. 그래서, 승리호는 승리한 건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 딱 하나만 꼽으라면 승리호라는 이름을 설명하는 장면이었습니다.

- 승리하고 싶어서 승리호라고 지었다 -

뭐 좋아요, 이름을 뭐 꼭 거창한 이유에 의해 의미심장하게 함축해서 지을 필요는 없죠.

다만 제목도 승리호고 장 선장이 승리하고 싶어서 승리호라고 이름을 지었다면 주력 등장인물들이 그 '승리'라는 것에 좀 더 의미부여를 해서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진하게 느껴지도록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가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나는 반드시 살아남겠다, 나는 이기고야 말겠다 같은 악에 받친 모습보다는 실제로 행하고 보여주는 건 승리라는 환상을 향한 지지부진한 연명 뿐이죠.

게다가 막판엔 자포자기성 작전을 택하고 우연이나 다름없는 생환을 할 거면 승리호가 아니라 환상호나 뭐 그런거로 짓던가...

차라리 왜 승리호인지 구태여 설명하지 말고 이 배를 타고 있던 덕에 그래도 승리했네- 정도로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 같습니다.

거기에 막 뭐 어? 신파 막 그런 거 뿌리지 말구요 쫌.

제발 쫌.

쯧.

 

어쨌든 극중에서 승리호는 승리했습니다.

과학적인 설정을 지니지만 아무리봐도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서 어떻게든 말이죠.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승리호는 일단 승리한 것 같습니다.

다만 순위를 매기자면 금메달은 아닐지언정, 최소한 동메달급 타이틀은 확보한 걸로 생각됩니다.

세상은 1등에 주목하겠지만 5등했던 선수가 3등을 거머쥐면 그건 그 선수에게 다음 발판을 위한 값진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승리호의 뒤를 이은 작품이 CG 퀄리티 유지하고 각본 좀 더 신경써서 나와주면 충분히 기대할만한 작품이 나올 거라 기대해봅니다.

 

혹자는 한국 SF에서 한국적인 게 안 보인다고 하지만 갑분싸 아리랑 안나오고 한복 파티 안 한게 어딥니까.

국뽕도 치사량 넘으면 그냥 독 아니겠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기 목소리가 뭔지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배우분께 애도를...

어...

아마 맘에 든다는 그 목소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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