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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리뷰

게임 리뷰 : 데몬즈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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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세계는 어떤 색을 주고받고 있는가

영혼이 흘러온 자취를 거슬러올라 결국 그 뿌리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그 DNA에는 위대한 여러가지 게임들이 스며들이 있겠지만 소울 라이크라는 세계수를 존재하게 만든 위대한 시작은 데몬즈 소울임에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용, 기사, 던전과 몬스터들, 정체모를 마녀. 데몬즈 소울은 겉으로 보기에는 늘 있어왔을 법한 중세 배경의 판타지 소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칵테일도 비율을 바꾸거나 새로운 맛을 조금 더해도 전체적인 인상이 확연히 달라지듯, 데몬즈 소울은 뻔한 요소들을 사용해서 기존에는 없던 문법을 창조해냈습니다.

 

엘프라는 존재도 동서양의 시선에 따라 다른 외형을 가지는데다, 심지어 고블린이나 좀비조차 정석적이라고 알고 있던 형태를 비웃는 듯 엄청나게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지지 않습니까.

데몬즈 소울은 타이틀에 악마를 앞세웠으면서도 악마의 형태를 굳이 한정짓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을 제압하고 그들에게서 빼앗아야 할 영혼이니까요.

 

게다가 악마들과 억지로 공유되어져 버린 세계는 한 가지 색체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백과 흑, 둘 중 한가지의 색으로 세계를 채우면 어떤 색으로도 채워지지 않았을때와 달리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색은 세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자기 자신도 백이나 흑으로 물들이면 세계에 특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나에게 호의적인 완전한 백색의 세계와 나에게 적대적인 완전한 흑색의 세계.

그리고 완전한 백색인 내가 호의를 보이는 세계와 완전한 흑색인 내가 적대하는 세계.

이 색의 구성에 따라 연결된 방향성이 달라지고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 관계가 부여하는 것은 내가 세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극명한 체감.

물론 이 공식은 자신의 세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이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는 이들에게도 통용됩니다.

도와주기 위해, 혹은 살해하기 위해 방문함에 따라, 색은 변화하죠..

 

세계와 내가 백색인 세상은 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적들은 기본적인 강함을 유지하는 대신 캐릭터는 영체 상태일 때 공격력에 보너스를 받게 되거든요. 반면 세계와 내가 흑색인 세상은 적대적으로 변하며 진행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부과합니다.

영체 상태에서의 체력은 낮아지고 적들도 강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더욱 강한 적이 등장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흑색으로 물드는 이점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특수한 적들을 제거함으로서 일반적으로 얻기 힘든 아이템을 확보하는 게 가능해지며, 또한 아이템 드랍률 자체가 높아지기 때문에 백색의 세상에서는 구하기 어려웠던 아이템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소울 시리즈는 영혼을 모아 강해지는 것을 기본 성장 구조로 삼고 있습니다.

세상이 백색으로 물들어도 상대의 영혼을 탈취한다는 개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상대를 살해하는 건 신도, 악마도, 몬스터도 가능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영혼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영혼의 마지막 자취를 볼 수 있는 것도, 회수하는 것도, 상대의 영혼을 취하는 것도 오직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입니다.

그렇다면 살해한 상대의 원천을 손에 넣고 또 손에 넣다가 더욱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지게 되는 게 소울 시리즈의 세계에서 과연 이상한 일일까요.

모든 것이 흑으로 절여진 세계에서 말입니다.

어쩌면 데몬즈 소울에서의 흑색 인간과 흑색 세계가 다크 소울 시리즈의 기반이 아닐까에 까지 생각이 미치게 됐습니다.

인간의 기원은 어둠이라는 다크 소울의 설정과 사뭇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망자는 원하고 또 원하고 더 많이 원하는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데몬즈 소울을 즐기면서 설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이후에 발매된 게임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언급한 정석적인 판타지 요소들은 물론이고 이동에 제약이 심한 거대 늪지대라거나 언제 낙사할지 모를 지하 깊은 곳으로의 탐색은 '역시 얘들은 유저에게 친절할 생각이 전혀 없구나' 싶어서 아주 친숙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감옥과 탑 구역은 블러드본에서나 경험할 수 있을 법한 코스믹 호러의 긴장감을 선사했구요, 계몽이 빨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여느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스테이지식 진행은, 역설적으로 다크 소울1이 칭송받는 큰 이유인 유기적인 맵 디자인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보스전 또한 어째서 다크 소울 시리즈에는 도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멋진 보스들이 많은지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비판하시듯 여러번 잡고 싶지 않은 보스들이 너무 많더군요.

다크 소울 시리즈와 다르게 마법을 충분히 활용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그 효율이 너무 뛰어나게 좋은 편이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복 수단과 더불어 진행의 난이도를 떨어트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데몬즈 소울의 성직자와 마법사는 다크 소울 측에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외의 자잘한 경험들에서도 다크 소울과의 비슷한 점이나 차이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머드 코어1 때부터 프롬소프트의 게임을 즐겨왔으면서도 왜 데몬즈 소울을 발매 당시 즐기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데몬즈 소울은 저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뿌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결실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다크 소울 시리즈는 종료됐기에 더더욱 그렇겠죠.

 

간간히 새로운 게임과 해왔던 게임을 즐기며 엘든 링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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