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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일지

철권8은 죽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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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kken 8

 

철권7과 달리 철권8은 시스템적으로 공격적인 시합을 유도합니다.

처음 출시했을 때는 이 점이 초심자와 숙련자의 간극을 메우려는 좋은 의도로 해석되었죠.

하지만 출시 후 겨우 3개월이 지난 지금,

철권8의 방향성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

초반에 좋았던 평가가 점점 사라지고 부정적인 의견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스팀의 평가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여러 게임 관련 사이트에서 보이는 비판적인 의견들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신빙성은 있어 보입니다.

 

유저의 숫자도 크게 줄고 있습니다.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동시간대 두 게임의 현재 접속중인 스팀 유저 수입니다.

 

스파6는 순위가 낮긴 해도 동접자 수 100위 안에 들어가 있지만 철권8은 한참 부족합니다.

오후 10시쯤엔 철권8의 이용자가 11000명대로 늘었지만 다른 게임들도 같이 증가했기에 여전히 철권8은 동접자 수 100위 안에 들지 못했습니다.

추가로 제가 주로 녹단~노랑단 사이에서 머무는데 발매 초기와 달리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여러가지 문제점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일단 그 '공격적인 시스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권8의 흐름을 요약하자면 막기만 하면 손해를 보니 먼저 공격해야 한다 입니다.

철권8의 '어그레시브'를 이끄는 히트 시스템

분명 이 특징으로 인해 보는 맛이 더 좋아졌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권투에서 서로 잽만 날리다 판정승 하는 경기 등을 생각해보면 관람하는 입장에선 아무래도 화끈하게 오고 가는 쪽을 선호할 테니까요.

하지만 하는 쪽이라면, 그것도 프로라면 얘기가 달라질 겁니다.

잽만 날려서라도, 로우킥만 써서라도, 3점슛만 쏴서라도 상대의 약점을 파훼해서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하는 게 프로니까요.

그런데 철권8은 상대의 약점을 몰라도 초심자던 숙련자던 똑같이 승률을 상승시킬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합니다.

이 장치 때문에 방어자가 막아도 중하단의 이지선다를 강요당하니 50:50의 찍기를 강요당하게 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반반 싸움이겠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심각해집니다.

왜냐면 특정 캐릭터는 그 장치를 발동한 이후 자세 심리까지 들어갈 수 있기에 훨씬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장치 때문에 초심자가 숙련자에게 뭔가 해 볼 여지가 생기는 셈인데,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초심자도 숙련자로 변해가며 다른 초심자에게 50:50의 찍기를 강요당하게 됩니다.

그럼 철권의 모든 걸 활용할 줄 아는 숙련자끼리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거기에 더해서 난 방어를 중심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약점을 찾고 싶은데 막기만 하니까 점점 불리해지네?

이러니 캐릭터끼리 기술이 다르면 뭐하나요, 다들 엇비슷한 행동으로 이기려 드는데.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큰 파장을 일으킨 최근 무릎 선수의 발언도 이런 부분과 연관되어 있을 겁니다.

이 문제를 빠르게 손보기 힘든 건 프레임이나 모션 패치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철권8의 중추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초보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숙련자들과도 싸울 수 있는 힘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놨는데,

3달여 만에 그 시스템 때문에 초보자들이 떨어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네요.

간편 조작?

기술 리스트가 많은 철권과 어울리지 않는 그런 건 진작에 가져다 버렸구요.

 

캐릭터 간의 밸런스도 말이 많습니다.

물론 어떤 장르건 대인전이 들어간 게임에서 완벽한 밸런스는 불가능합니다.

캐릭터나 장비가 딱 하나만 있다면 모든 유저의 밸런스가 맞겠지만 2024년에 누가 그런 PVP 게임을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특정 캐릭터가 강하고 좋다거나 전략이 좋다거나 하는 분석은 언제나 있어 왔고 또한 특정 빌드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제작사는 주기적으로 패치를 해서 변화를 주려 노력합니다.

철권8도 이 사항들에서 예외는 아닙니다만,

캐릭터 간의 차이가 너무 극심하다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문제아 군단

 

뎁드펭아빅, 뭐 어떻게 부르건 각자 다르겠습니다만, 윗쪽을 노리는 사람일 수록 자주 만나게 되는 얼굴들입니다.

패치됐지만 초반에는 정말 답이 없던 아수세나의 공참각,

정신차려보면 체력이 바닥나는 드라구노프의 하체트와 어설트 이지선다,

칼질과 총질에 판정도 좋아서 어떻게 대응 해야할지 모르겠는 빅터,

기본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숙련자일 수록 더 강해지는 데빌진과 펭,

이 5명은 철권을 주제로 하는 여러 유튜버들이 날로 먹는 패턴을 거론할 때 늘 따라붙는 캐릭터들이었으며 철권 출시 초반에는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었습니다.

쓰라는 기술 몇 개만 쓰니까 이기네? 그것도 쉽게 이기네?

초보들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으니 처음엔 재밌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올라가서 정신차리고 보니 깨닫게 됐겠죠.

너도 나도 다 똑같은 짓만 하고 있는 것을.

 

네트워크쪽으로는 넷코드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스파6의 경우 북미 와이파이 3칸처럼 극단적으로 핑이 안 좋은 게 아닌 이상 웬만한 시합은 부드럽게 진행됩니다.

일본 와이파이 3칸 유저와 했는데 별 문제가 없었던 경험을 했을 정도로 넷코드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철권8은 어떤 넷코드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와이파이 4칸의 같은 한국 유저와 게임해도 버벅임이 일어납니다.

철권8은 워낙 기술이 많아서 정보 전달량도 많으니 스파6 같은 수준의 넷코드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나라의 유저끼리도 렉이 느껴지는 건 너무하지 않았냐는 거죠.

타기종과의 연결 자체는 잘 되지만 기종 불문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매치 거부를 하는 편입니다.

 

거기에 더해 얼마전에 저도 글을 썼지만 파이트 패스가 안 좋은 인상을 남겨 버렸습니다.

저는 어차피 기본 파이트 패스는 무료고 맘에 안 들면 안 사면 된다는 입장입니다만,

그러고 넘어가기엔 돈 주고 구입한 파이트 패스의 구성물이 너무나 불만족스러웠습니다.

60레벨 까지 1단계 남았는데 사용하고 싶은 게 단 1개도 없습니다 / 커마에 그나마 유용한 흰색 구체

재밌는 커마를 노리시는 분들은 흰 구체로 이런저런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시더군요.

오죽하면 이번 파이트 패스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게 이 아무 모양도 없는 구체라고 할까요.

 


 

https://steamdb.info/app/1778820/charts/#max

출시 당시 동시간대 최대 5만명 근처였던 유저가 8천명 정도로 급락해 버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떠나간 걸까요...

저는 '아직은' 철권8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스파6도 그렇고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오락실에서 한 판 한다는 느낌으로 즐기는 중이거든요.

가끔 날먹 기술로만 이기려는 상대를 만나면 순간 욱해서 이기려고 들지만.

 

여튼 어떻게든 긍정적인 변화를 줘서 스파6와 동접자를 겨룰 수 있는 수준까지만이라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겨우 3개월, 아직 아머킹도 안 나왔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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