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남들이 놀 때 일하는 사람들.
아마 대부분의 서비스업이라는 규격에 들어있는 일들이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낮과 밤이 격하게 바뀔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직군이 바텐더입니다.
Bar 바 테이블을 Tender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사람
시국 때문에 너무 오래 쉬어버렸어요-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버렸는데 뭔가 순서상 바텐더라는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긴 해야할 거 같았습니다.
뭐? 바텐더? 그냥 바에서 음료 준비해주는 사람 아냐?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마냥 틀리다고 말씀드리긴 힘드네요, 외적인 면을 보자면 그게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바텐더의 모습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손님 입장이 아닌 바텐더로서 적어보자면,
바 테이블 안쪽에 서서 건너편에 앉는 이들의 요청을 들어주며 때로는 부탁하지 않은 것들도 신경 써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거 그냥 서비스업 종사자 이야기 아닌가싶기도 하지만 항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걸 찾아서 해결하려 애쓰고, 술 뿐만이 아니라 음료 전반의 지식에 대해 좀 더 해박하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바에 대한 걸 처음 알게 됐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바텐더를 상상했을 때 두 가지를 먼저 떠올렸습니다.
호텔에서 생전 처음보는 술들을 배경으로 두고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돈 많아 보이는 손님들을 대하는 호텔 바텐더.
그리고 큰길이나 골목에 위치하는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불을 뿜고 각종 병을 던지며 쇼타임을 가지는 플레어 바텐더.
하나만 더 꼽자면... 아름다운 자태로 앉아 예쁜 미소와 위로를 전달하는 분들도 같은 업계에 속해있긴 하지만 - 세상 모든 소비는 필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고객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다소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바텐더의 범주에서는 제외하고 싶네요.
지금이야 물론 제가 몸 담고 있는 클래식 바텐더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지만,
확실히 4~5년 사이 호텔 바와 플레어 바가 주류였던 시절에 비해서는 클래식 바가 많이 알려졌다는 게 피부에 와 닿습니다.
현재 제가 일하는 가게는 캐쥬얼과 클래식의 경계에 걸쳐있기에 전통의 클래식 바텐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군요.
그래서 분위기는 좀 더 무겁지 않은 편이지만(요즘은 오히려 분위기 무거운 클래식 바 찾는 것도 쉽지 않답니다) 정체모를 비쌀 거 같은 술들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칵테일들을 생각하면 선뜻 입구의 문을 밀고 들어설 용기가 생기긴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커피나 와인에 비해서도 대중적이지는 않구요.
한 번 겪어보고 나면 뭐든 수월하기 마련이겠지만 저 역시 그랬기에 그 첫 발걸음을 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뭐랄까, 사명감 같은 대단한 생각을 담고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이 분야에 몸을 담고 있음으로서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대중에게 편안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싼 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처음 접하실때 난해할 수 있는 것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겨서 찾아오실 마음이 생기시면 바에는 바텐더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텐더도 사람이고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과 방식이 당연히 천차만별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는 거 만큼은 어느 바텐더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으니까요.
동네 바가 분식집이나 까페처럼 당연시됐으면 좋겠습니다.
모 식당 컨설팅 예능의 파급을 두려워할 만큼 흔하게, 많이 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은 글만 써놓으면 팍팍해보일 거 같아서 제가 연습삼아 그리는 걸 같이 올려봤습니다.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그림체가 이번 글에 같이 올린 그림이네요.
음, 남의 스타일 따라하는 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