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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영상 리뷰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뒤늦은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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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편

만화책으로 나온 귀멸의 칼날 자체는 그럭저럭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 그림체나 캐릭터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한 편이라 막 팬이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치밀하진 못한 설정들과 몇몇 캐릭터들의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거든요.

뭐 그래도 '지금의 원피스'에 비하면 -_- 훠어얼씬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러다 넷플릭스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1기를 접했는데...

와 이건 같은 내용인데도 액션씬의 격이 다르니 훨씬 더 몰입되고 재미가 몇배로 뛰더라구요.

그래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기다리다가 넷플릭스나 다른 플랫폼으로 나오면 보려고 했는데, 마침 어린이날 쉴 수 있게 돼서 와이프와 함께 관람하러 다녀왔습니다.

 


전문적인 리뷰도 아니고 느낀점의 나열입니다.

그리고 거의 쿄주로 얘기입니다만 본편과 연관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뭐 이미 만화책도 완결됐고 오리지널 스토리도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해서.


귀멸의 칼날은 이야기 내내 인간과 혈귀의 차이점을 강조합니다.

혈귀의 잔인하고 추악한 면을 강조하면서 그 비인간적임에 피해입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식이죠.

물론 주인공 일행을 비롯해서 주지들 -성격은 좀 삐딱들하지만- 의 인류애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인간으로서 지향해야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많은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옳곧음과 정의감과 인류애에 대해 강조하려고 배치한 인물이 있죠.

위의 포스터에서도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렌고쿠 쿄쥬로입니다.

 

뭐 까놓고 말해서 귀멸의 칼날 주인공은 탄지로지만 무한열차편은 그냥 쿄쥬로의 이야기에요.

탄지로가 주합회의때 만났던 쿄쥬로는 독자들 입장에서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영 알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체 왜 말할때마다 싱글벙글 웃는지도 모르겠고...

그와중에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사백안마냥 눈을 크게 뜨고 있어서 분위기가 기묘하고...

다른 지주들처럼 네즈코를 없애야한다고 하니 탄지로 입장에서는 사네미보단 덜해도 일단 밉상이고...

그런 쿄쥬로의 언행의 근거를 무한열차편을 통해 설명해주는 셈입니다.

 

기차에서 처음 만난 쿄쥬로는 긍정적이고 기합이 항상 들어가 있지만 주위의 눈치에는 둔한 편이라는 분위기를 흘려서 아 지주도 사람이구나하고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혈귀술에서 풀려난 직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부탁한다, 

믿는다, 

맡겨라.

높은 지위에 있음에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요소는 부하에게 부탁하고,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근거로 했기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음을 믿고, 그외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해내겠노라 선언합니다.

그 평소의 모습이 어째서 그의 강함을 뒷받침해주는지를 바로 증명해내죠.

 

그의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하지만 강인하게 키우려하는 사고방식은 다친 탄지로에게 조언할때도 드러납니다.

특히 이후 등장하는 혈귀와의 대화에서는 그의 생각을 넘어 신념이 불타오릅니다.

정의란 쉽게 정의내릴 수 없습니다.

올바르다라는 테두리 안에 각자가 생각하는 온갖 다양한 올바름을 채워넣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인간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혈귀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에게 강한 존재가 행할 수 있는 정의의 기준 또한 다를 겁니다.

인간과 혈귀 뿐만이겠습니까, 탄지로 일행과 지주들의 대의는 같아도 각자의 정의 또 제각각이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약한 자는 저항도 못하고 죽어가는 세상에서 강하기 때문에 약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쿄쥬로의 정의는 유난히 강렬한 감상을 남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쿄쥬로가 행하고자 하는 정의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짚어주는 거죠.

 

인간과 혈귀의 사고방식 차이는 승패를 받아들이는 기준에서도 도드라지게 차이가 납니다.

혈귀의 힘은 전투가 가능한 귀살대원이 아닌 이상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데 혈귀들은 인간을 강해지기 위한 식량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처참한 세계관이다보니 혈귀가 말하듯 죽음이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게 이해는 갑니다만...

애초에 귀살대의 저항은 개개인의 뛰어남을 겨루는 게 아닌 인간사회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싸움입니다.

내가 죽어 의지가 스러지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면 스스로를 희생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거니까요.

혈귀의 습성상 개인행동을 하지만 마찬가지로 혈귀라는 종을 위해 움직이니 단체성을 띄고 있지 않느냐할 수 있겠지만,

혈귀는 개체가 다양할 뿐 따지고 보면 무잔 개인의 의지가 다수로 나눠진 것에 불과합니다.

그 증거로 무잔의 혈귀들은 타마요나 네즈코 같은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잔을 거역할 수 없고 살아가는 목적 자체가 무잔의 피를 받거나 인간을 먹어서 더욱 강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혈귀들의 사고방식을 쿄주로와 탄지로는 지켜냈기에 승리했다고 반박합니다.

특히 쿄주로는 인간이란 종 자체에 해를 입히려는 혈귀들을 이해하려고조차 하지 않으며 자신보다 강대한 힘을 앞에 두고도 신념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런 쿄주로를 보면서 방송인 유재석씨가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읭? 갑자기? 유재석이 왜?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물론 유재석씨가 정의와 올바름을 쿄지로처럼 표현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지금의 유재석씨를 있게 만든 사건들 중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일화가 있습니다.

약 10년간 이어진 무명 생활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 다짐을 했고, 그 다짐을 데뷔 30주년이 지난 지금도 꿋꿋하게 지키며 행동으로 옮기고 있죠.

그렇게 행동으로 보여줬기에 대한민국에서 유재석이란 사람의 인망을 의심하는 사람은 극소수 중의 극소수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외전과는 별개로 본편에서 쿄지로의 과거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탄지로와의 만남 이전의 활약이 정확히 묘사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지주가 되고나서도, 특히 최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 상황에서조차, 그가 끝까지 신념을 관철해내는 모습을 보면 유재석씨처럼 평소에 얼마나 자신에게 철저하고 혹독했을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앞에 나서고,

해야할 때 최선을 다하고,

강자이기에 약자를 위하는 것을 옳다 여기고, 

후배나 제자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고지식할 수 있을지언정 유연하게 생각하고,

끝이라고 생각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것을 쥐어짜내고,

 

결국 쿄주로는 제가 생각하는 매우 이상적인 남자다움과 일맥상통합니다.

후반으로 가면 갈 수록 '아 저런 게 바로 남자다'라고 느낀 순간이 수두룩했네요.

 

여담으로 쿄쥬로를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기차를 관통해서 날아와 네즈코를 구하러오는 젠이츠...

만화책에서 두 컷인가로 등장만 보여주는 장면을 어마어마한 속도감과 카메라 워크로 연출했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라도 꼭 또 보고 싶어...

넷플릭스로 언제 나오냐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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