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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리뷰

게임 리뷰 : 다크소울 시리즈를 전부 끝내고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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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모두가 칭송해마지 않는, 하지만 악명도 동시에 높았던 그 위대함에 이끌려 화톳불에 손을 뻗었습니다.

다만 평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극악한 난이도라는 워딩의 압박감 때문일까요, 왠지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워 멀리하다가 결국 다크소울3를 첫 화톳불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Bonfire Lit

결과적으로 저는 다른 다크소울 유저들이 그러하듯 어떤 게임에서도 망자를 자처하는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하아, 나름 아머드코어1부터 프롬 소프트웨어의 팬임을 자처했는데 이런 경험을 이제서야 하게 되다니.

명작을 뒤늦게 경험한 것은 분했지만 인생겜이라고 부름에 주저는 없었습니다.

그 후 블러드본이라는 다크소울과는 약간 다른 광기어린 죽음을 경험한 뒤, 천주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선사된 세키로의 한번으로는 만족 못하는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엘든 링.

이쯤되면 새로운 죽음을 알현하기 전에 과거 죽음으로 뒤덮힌 영광의 자취를 따라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스위치로 다크소울 리마스터가 발매되기도 해서 언제 어디서든 유다희!를 실행에 옮길 수도 있게 됐고 말이죠.

다크소울 리마스터를 클리어한 뒤엔 컨셉 회차에 재미가 들려서 다크소울3를 월광검사, 솔라 등으로 돌다가 2021년 여름 할인에 맞춰서 다크소울2 스콜라를 구입, 7월17일에 모든 시리즈를 클리어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제 각 시리즈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죠.

데몬즈 소울은... PS5가 없기도 하고 다크소울 시리즈에만 촛점을 맞추겠습니다.

 

Dark Souls Remastered

첫번째 화톳불이자 두번째로 다녀왔습니다.

 

Prepair to Die Edition의 리마스터 버전이라 발매된 순서로만 따지면 다크소울3보다 나중이긴 하네요.

게다가 PC나 PS 버전이 아니라 스위치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그래픽이나 조작감 등의 환경이 약간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신작을 먼저 접한 이후라 그래픽은 그렇다쳐도 UI나 UX가 개선되기 이전의 불편함, 예를 들면 납득하기 힘든 화톳불 이동의 방향성 등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엘리트 몬스터 정도로 등장해야 어울릴 듯한 몬스터들이 초반 보스로 배치되어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구요.

하지만 여정을 계속해나가면 나갈수록 다크 소울이 취향에 맞지 않는 유저들조차 찬사를 보내는 유기적인 경로의 이어짐이나 적당히 답답하게 숨통을 죄여오는 레벨 디자인은 아무리 감탄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그조차도 수없이 많은 죽음, 특히 낙사와 함께 허공으로 날려버린 무수한 소울을 지불해서 얻어낸 경험을 발판으로 느낀 것이지만 말입니다.

 

중세나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은 대부분 '나'라는 영웅을 중심으로 세계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다크소울이 감탄스러운 건 그 반대의 흐름을 과감하게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크소울이란 세계에서 영웅처럼 특별해지는 건 수많은 시련을 앞 둔 수많은 망자들 사이에서 그 고난들을 간신히 통과한 후 특별한 망자가 되는 순간인 마지막 보스를 제압했을 때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이 세계가 존재하는 게 아니야.

이 세계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존재하는 거야.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구성의 게임입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신화의 장엄함을 소름끼치게 느낄 수 있었고 멈추지 않고 화톳불과 화톳불 사이를 힘이 다할때까지 누비는 망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마치 다크소울이라는 세계 안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적혈구가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적혈구는 심장에 도달했지만 또 다시 심장을 향하기 위해 심장을 벗어납니다.

때로는 감염되고 때로는 몸 밖으로 배출될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그건 그렇고 병자의 마을도 그다지 큰 정신적 피폐함없이 지나갔지만 아직도 으어얽 으어얽하는 선택시 효과음은 많이 거슬리네요.

 

Dark Souls 2 : Scholar of the First Sin

두번째 화톳불이자 마지막으로 다녀왔습니다.

 

모든 시리즈 중 유난히 악명이 높아서인지 마지막으로 선택한 여로였지만 앞선 두 시리즈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죽은 횟수를 알 수 있는 다크소울2이기에 살펴본 바로는 DLC 엔딩까지 59회였습니다.

다크소울2를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자주 접한 방송과 영상 덕분이기도 했지만 생각만큼 자주 죽음과 마주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죽은 횟수가 적은만큼 46시간 정도 걸려서 엔딩을 봤으니 오래 걸린 셈입니다.

 

변경된 프로듀서는 다크소울2가 저평가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정을 자세히 알고보면 오히려 망해가던 걸 살려놓은 거라고는 하지만 역시 다크소울3 팬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만족스러운 점보다는 실망스러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다크소울이 주던 세계 안에서 내가 흐른다는 감각이 내가 세계를 바꿔나간다는 감각으로 바뀐 게 가장 큽니다.

그 덕분인지 시리즈 통 틀어서 '이 세계도 사람이 살긴 사는 세계구나'하는 여운이 가장 강했지만 안 맞는 옷을 입을 듯한 이질적인 불편함은 어쩔 수가 없었거든요.

물론 많은 이들이 토해내는 괴로운 탄식처럼 수많은 낙사 구간, 자주 겪게 되는 다대일을 전투, 날보고 어쩌라는 거냐 싶은 에스트 회복 모션, 나만 못 때리는 공격 판정, 과하다 싶게 많은 막힌 길 여는 아이템들, 딱히 기억나지 않는 대부분의 보스들, 조금 더 신경썼다면 좋았을 인벤토리 단축키, 왜 나를 바라보지 않는지 모르겠는 화방녀, 너무나 찾기 불편했던 화톳불 이동 목록, 어딜가야 마지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진행 순서, 결국 검색을 하게 만든 오프라인 유지 방법, 초반만 넘기니 있으나 마나했던 횃불 잔여 시간, 모든 시리즈 통틀어서 최악이었던 DLC 막넴 가는 길 등은 제가 다크소울2의 평점은 낮게 판단하는 데 기본적으로 포함됩니다.

매듀라의 평화로운 BGM과 따사로운 풍광은 어쩌면 이런 괴랄함들에 지쳐 정신이 나갈 것 같을때를 대비한 제작진의 의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드랭글레이드의 장점이 마을 화톳불로 복귀하는 것 뿐일리는 없겠죠.

1과 3에 없던, 특히나 더욱 판타지스럽게 디자인된 무기들을 구경하는 건 재밌었습니다.

좋은 무기에 대한 기준도 달라서 잘 안쓰던 대형 무기를 맘껏 휘둘러봤습니다.

앞서 단점으로 꼽았지만 세계보다는 나에 집중해서인지 인물간의 서사가 다크소울치고 친절하게 꾸며져있었습니다.

다양한 NPC들이 자기소개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야무지게 하는 편이라 그들이 정말 이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로 느껴졌습니다.

그외에도 횃불 활용(제한 시간은 이해못해도), 적당히 난이도를 높히는 NPC 암령의 랜덤 등장, 높은 채도와 세밀한 배경 디자인 덕분에 머물러서 배경을 감상하는 빈도가 높았던 것 등은 확실히 다크소울2만의 장점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용사인 내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험난한 길을 뚫고 기어이 승리를 쟁취해내는 왕도적 흐름은, 어느 시대건 먹히는 구성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Dark Souls 3 + DLC

마지막 화톳불이자 첫번째로 다녀왔습니다.

 

다크소울1 프로듀서의 복귀로 다소 엇나갔던 느낌이 본 궤도에 돌아온 덕분에 진정한 후속작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음악부터 단연코 시리즈 최고입니다.

신성하고 경건하면서도 음산하기까지한 오프닝곡은 마치 다크소울의 세계 그 자체를 노래하는 듯 합니다.

덕분에 불사자를 중점적으로 탐구했던 이야기가 다시 세계를 이야기할 준비가 됐다는 느낌을 타이틀 화면에서부터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보는 내 눈알이 회색으로 덧칠해진 듯 채도를 엄청나게 낮춘 세계는 왜 불타지 못해서 안달이 난 재의 망자들이 관에서 일어나 걸어다니는지 당연히 이해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당신이 뭘 어떻게 하던 불은 타오르고 또 사그러들며 세계는 흘러간다.

희망을 가지지 말고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여라.

 

이 세계를 어찌해볼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저 세계를 그저 겪고 느껴보라는,

분노도 슬픔도 애도도 기쁨도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은 먹먹한 고지랄까요.

이미 출시한지 오래된 게임이라 조금만 언급하자면 몇가지 엔딩 중 그 어떤 것을 봐도 희망이라곤 실낱만큼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건 분명 의지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겠죠.

다크소울의 철학이자 소울라이크의 결정체인 '경험'으로서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를 강화시킴은 여전합니다.

당장 소울 못 찾고 죽으면 허망하죠.

하지만 보스에게 몇 십번의 재도전을 이어나가게 되면 소울 잃어버린 건 복구하면 되는 것일뿐 시간을 날려먹었음에 한탄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다가 모든 순간순간이 딱 맞아떨어지게 되고 안되던 게 되면서 어이없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보스를 공략하게 되면 '해냈다'와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였다'라는 생각이 뇌를 관통하고 생각은 자신감으로 변이하게 됩니다.

수많은 죽음 끝에 내려진 너도 할 수 있다는 찬사에 더해 다크소울3는 이전작들보다 좀 더 유저에게 선사하는 고난을 살짝 말랑하게 손봤습니다.

병자의 마을이나 쓰레기의 바닥처럼 극단적인 Z축 악몽을 줄이는 대신 넓은 X와 Y축의 면에 이동은 힘들어도 회복하면 해결되는 페널티를 준다거나, 

대부분은 강한 소수의 상대를 배치하고 다수를 상대하게 될 땐 약한 상대들을 배치해서 때로는 기술로, 때로는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던가,

다크소울1처럼 기가막힌 구역의 이어짐은 약할지언정 여로를 이어감에 있어 과도한 갈래를 줄이고 마지막 장소는 마지막답게 나타나도록 배치했다던가,

다크소울2처럼 먼곳에서부터 저격이 시작되어 모르면 맞아야 하지만 최소한 경로를 외우고 달리면 피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던가,

공략방법에 따라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보스들이 인상깊고 공략을 연구하며 싸우는 재미가 있도록 만들었다던가,

다크소울1보다는 다양하고 다크소울2보다는 적당히 절제된 NPC들의 이야기에 섞여 때로는 아군으로, 때로는 적으로 여정에 스며든다거나,

종합적으로 다크소울 삼부작의 정점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난이도에 있어서는 이전작들에 비해서 확실히 여유가 생긴 건 사실이기 때문에...

그래서 남들이 아무리 엄청 어려운 게임이니뭐니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통에 영혼까지 잠식되어 더욱 큰 고통만이 자신의 희망이라 믿는 극소수(라 믿고 싶은) 망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난이도일 수 있겠습니다.

 

음...

저는 다크소울 시리즈를, 특히 다크소울3를 제 인생 최고의 게임 탑3에 꼽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최고라 할지언정 당연히 누군가에겐 그저 불편하기만한 재미라곤 하나도 없는 게임일 수 있고 그만큼 장단점도 명확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렇게 극단적인 평을 받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게임이란 걸 좋아한다면, 아직 해보지 않은 이에게 겁내지 말고 한번쯤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건 단지 내가 느낀 재미를 남들도 느끼게 해보고 싶음만이 아닙니다.

게임을 구성하기 위한 기획과 설계가 유려하게 맞물려 이뤄진 결과물의 최상위 결정체 중 하나를 경험해봤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7월 17일에 기어이 미뤄뒀던 다크소울2를 DLC까지 클리어하면서 다크소울 시리즈를 전부 마무리했습니다.

듣던대로 욕나오는 구간이 참 많더라구요.

스콜라말고 오리지널을 깨야 진짜 끝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거기까진 참고 차라리 다크소울3 회차를 한 번 더 돌겠습니다.

 

이제 이런저런 게임들 살짝씩 손대며 엘든링을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럼 영원한 다크소울의 마스코트 솔라의 인사에 올라타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Praise the sun! \[T]/ 태양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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