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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신변잡다 이야기

바텐더를 쉬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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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기약은 없지만, 23년 8월 31일부로 바텐더를 쉬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느끼실지, 혹은 그럴만 하다 느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꾸준히 방문해주신 분들께는 다소 혼란스러우실 수 있겠습니다.

저로서는 22년 가을부터 꾸준히 해 온 고민이었습니다.

 

이유는 휴식이 필요해서 입니다.

특별히 신체가 아픈 건 아니지만 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라는 걸 여러 방법으로 확인을 마쳤습니다.

맛과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과 마주하며 대화로 완성시켜나가는 게 바텐딩이란 업종일텐데요,

안타깝게도 그 사람과 마주하는 것에 너무 지쳐버렸다고 생각됩니다.

누군가 피곤하게 하고 해코지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TOT를 좋아해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 때문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금의 제가 바텐더로서 서 있기에는 상대를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까지 내려가 있는 상태일 뿐인 거죠.

그렇다보니 한동안 대화를 피하게 되고 시선도 피하게 됐는데요.

이러면 처음 오시는 분들께도, 꾸준히 와주시는 분들께도,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께도,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에게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상태일 수 밖에 없겠구나 확신했습니다.

 

그러면 한두달 정도만 쉬어보는 게 어떤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코로나 때도 그렇고 이래저래 이미 그 정도는 쉬어봤기에 결국 안 좋은 상태로의 반복일 뿐이라는 걸 압니다.

그렇기에 저는 최소한 6개월의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6개월을 쉰다는 건 하던 일을 그만둬야만 가능한 거겠죠.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기에,

바텐더를 처음 시작했고 한 번도 옮기지 않은채 8년을 이어온 테일 오브 테일스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긴한데-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종잡을 수 없네요.

딱히 플랜B도 없는데 계속 다닐까.

쉰다고 이게 나아지리란 보장은 있나.

좀 힘들어도 버티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발할라 칵테일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

10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네.

다 늙어서 이제 취업은 힘들텐데.

창업했다 말아먹으면 어떻게 하지.

...막상 퇴직을 정하고 나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래도 역시 쉬어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쉬어도 쉬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은지 꽤 됐고...

너무 깊은 얘기까지 꺼내긴 힘들지만,

제가 제 자신을 바라봄에 있어 도저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여러 생각들을 경계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봅니다.

아닌데 나 괜찮은 거 같은데- 라고 하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한다죠 어휴휴.

 

끝으로,

사람보다 컴퓨터 모니터가 더 익숙했던 디자이너였던 제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제 작업물을 선보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심지어 사람이랑 대화하는 거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한 곳은 테일 오브 테일스가 인생에서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이곳에서의 바텐더를 시작한 날이 9월 1일입니다.

그렇기에 8월 31일에 제 마지막 업무가 끝나면 ±0으로 딱 9년을 채우게 되는 셈이네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야 아시겠지만 8월 31일은 제 생일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제 업무를 마무리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바텐더를 쉬려고 TOT를 그만둔다고 했지, 바텐더를 그만둔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써놨듯이 기약은 없습니다만,

저에게 있어 언젠가는 꼭 다시 하고 싶은 일임에는 분명하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스케쥴을 따로 짜진 않았지만 방송은 꾸준히 틀 예정이구요.

 

끝으로++
발할라 칵테일은 TOT에서 판매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다만 TOT에서는 발할라 칵테일의 원본이 된 칵테일을 드실 수 있도록 말씀드려놨습니다.
그동안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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