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잠에서 깨면 침실 문은 닫혀있었다.
오레오가 낮으로 인식했으면 해서 아내가 거실등을 켜놓고 출근했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눈을 떠보니 문이 열려있었네.
거실등도 꺼져있었다.
내가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한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친구를 떠나 보냈으니,
정들었던 동물들을 떠나보내는 게 처음은 아니다만 이번은 또 다르게 의미가 깊을 수 밖에.
...
복순이 복돌이를 내가 주로 챙겼듯이,
오레오를 주로 챙기는 건 아내였으니,
아무래도 관심과 정을 주로 건내주는 건 아내였을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물고기란 대개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며 죽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그러면 또 어쩔 수 없고 그냥 그렇게 키우는 동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잡초도 물주고 키우면 특별해진다고 했다.
그러니 살아 움직이는 한 마리의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데 어찌 특별해지지 않을 수가 있겠나.
언제부턴가 뾸뾸거리는 옆 지느러미가 너무 귀여워져서, 그 지느러미를 열심히 움직이며 사람이 앞에 있으면 다가오는 너를 만지지는 못하고 어항 유리벽만 문지르곤 했었다.
그래서 그렇게나 쓰다듬고 싶었는데,
네가 물 밖으로 나온 후에야 그게 가능해졌구나.
머리는 매끈매끈하고 비늘 덕에 몸은 오돌토돌해서 쓰다듬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고 너도 좋아했을 것 같았는데 그걸 네가 물 밖에 나온 후에야 알게 됐구나.
...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복순이 복돌이처럼 만나려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다.
흙속이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편안히 누워서 쉴 수 있기를 바란다.
더이상 복수 때문에 배 아프지도 않겠지.
막판엔 걱정으로 널 바라봤지만, 그래도 내 아내를 매일 즐겁게 해줘서 너무나 고마웠어.
나한테도 다가와줘서 고마웠어.
...왜 이렇게 글이 길어질까.
아마 복순이 복돌이랑 다르게 평소에 너한테 해 준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더 깊고 따스한 이야기는 나보다 널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해 줄테니까,
여기서 줄여야겠다.
앞으로도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