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퇴직하기 전까지 덕이네에 대해 절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근방에서 잘 알려진 식당인데 굳이 제가 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알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글을 쓴다는 건, 이제 퇴직했으니 많이 알려져도 상관없다 이겁니다 핳하.
...
하여간,
음식 포스팅은 인스타에 가볍게 올리는 편인데 이곳만큼은 꼭 제대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처음 덕이네에 갔었던 년도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바텐더 일을 시작하고 2년쯤 후였던 거 같으니 대충 2017년부터 다닌 것 같습니다.
2023년 퇴직할 때 까지 일주일에 네~다섯끼는 먹었으니 6년간 제게 있어 구내식당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덕이네의 훌륭한 점은 맛도 있지만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싶은 가격입니다.
서울에서 5000원짜리 한 상 차림 제공하는 곳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심지어 된장찌개가 맛있어서 저렴한 걸 떠나서 일부러 먹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1000원 더 내면 김치찌개에 고기가 들어가고 2000원 더 내면 뚝불이나 제육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9000원이지만 2017년 당시엔 1인 삼겹살 정식이 8000원이었단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참음??
구성도 찰져서 반찬으로 김치와 어묵볶음은 고정에 한가지는 자주 바뀌고 계란 후라이가 같이 나옵니다.
다만 코로나때 잠시 힘드셨는지 계란 후라이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이 있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계란 후라이가 기본 찬으로 나온다구요!!
제가 먹은 메뉴들 위주로 비쥬얼 보고 가시겠습니다.
돼지 김치찌개
한국인의 영혼이나 마찬가지인 김치찌개 메뉴는 참치와 돼지 두가지가 있습니다.
주로 고기를 먹고 싶어서 돼지 김치찌개를 주로 시켰었습니다.
갈 때마다 가장 퀄리티 차이가 있었던 음식인데, 그렇다고 맛없던 적이 있었다는 게 아닙니다.
만났던 손님들이나 지인에게 덕이네에 대해 얘기할 때 꼭 덧붙이는 설명이 있습니다.
'덕이네 음식은 최저점이 맛있음이고 때에 따라 엄청나게 맛있음으로 격상하곤 한다'
즉 언제 먹어도 맛있는데 가끔 뭐지? 싶을 정도로 엄청 맛있을 때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김치찌개가 그랬습니다.
고기도 항상 넉넉했고 주재료인 김치가 정말 맛있습니다.
뚝배기 불고기
매운 걸 줄이려고 생각한 이후 부터는 뚝불을 주로 먹었습니다.
보세요 바글바글 끓여져서 담겨 나오는 거.
이건 영상으로 보셔야만 합니다.
아 물론 직접 가서 눈으로 보시는 게 최고죠.
달달짭쪼름한 국물에 담긴 불고기와 팽이버섯, 바닥엔 당면도 들어있으니 뚝불의 정석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순두부 찌개
덕이네의 순두부는 해물을 새용해서 깔끔하게 먹고 싶을 때는 순두부 찌개를 먹었습니다.
계란도 하나 제대로 들어가 있고 바지락과 오징어도 있고 새우 한 마리도 꼭 들어가 있습니다.
뭣보다 두부 좋아하시면 정말 맛있게 드실 수 있죠.
제육 볶음
남성 식사 메뉴 선호도 베스트 3에 들어가는 제육은 덕이네에도 있습니다.
작은 백반집에서 기본 반찬도 네 가지를 주는데 싸먹으라고 상추까지 주십니다.
취향 상 양파가 흐믈해질 때 까지 볶아지지 않으면 잘 먹지 않는데 여기 제육에 있는 양파는 싹싹 긁어먹습니다.
국물이 자작하지는 않는 타입이라 제육덮밥처럼 먹기는 힘들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쌈으로 먹기 좋습니다.
1인 삼겹살 정식
나왔다, 덕이네의 심장.
동네 백반집에서 이런 거 본 적 있어요?
전 덕이네에서 처음 봤습니다.
바빠지는 주말을 대비하기 위해 평일에는 찌개 위주로 먹다가 금요일만큼은 삼겹살을 시켜 먹었습니다.
하... 철판에 초벌한 삼겹살과 밑에는 마늘 깔아놓고 부추에 상추까지...
뭐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사진보면 납득가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덕이네는 관악구 1티어, 아니 0티어에 SSR급 천상계 밥집입니다.
그동안 덕이네를 모르셨다면 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다니기 편했었네요.
이제라도 아셨다면 당장 가보시지 않고 뭐하시는 겁니까 특히나 관악구 주민이라면 떽끼.
근처에도 다른 식당이 많지만 가보시면 정말 비교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반찬이 꼴랑 김치랑 단무지로 끝이고 어떤 곳은 찌개를 시켰는데 국이 나오고 그렇더라구요.
그나마 덕이네의 단점이라면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종종 익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는 김이 공용 소스처럼 항상 테이블에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치우셨습니다.
배달도 하시는데 배달로 먹으면 진심 가게에서 먹는 맛의 60% 정도입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미리 안 가면 기다려야한다는 거...?
어차피 난 이제 잘 못가니까 사람 더 많아져도 난 몰라.
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