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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리뷰

용과 같이 8, 엔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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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a Dragon 8 / 龍が如く8

 

// 스포 주의 //

 

 

 

 

 

 

 

구정 직전인 24년 2월 7일에 엔딩을 봤습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언제나 비슷한 거 같아요, 언제 끝나나 싶으면서도 막상 끝나면 아쉽고.

 

한 편에 성장기와 마무리가 모두 담겨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키류의 의지가 미래를 향하는 카스가에게 훌륭히 전달됐습니다.

비록 제작진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관에 따라 키류의 말년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류가 맞이한 끝맺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고 눈물짓게 만듭니다.

떠나보내야 할 인물에 대한 극진한 예우가 어느 골프 게임과는 천지차군요?

결국 용8은 키류에서 카스가로 이어지는 세대교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다음편에서도 키류를 볼 수 있길 바라는 건 모든 용과 같이 팬들의 소원이겠죠.

 

의지를 이어받는 건 카스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용7에서는 카스가의 이야기를 푸는데 집중하느라 이렇다할 라이벌 구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용8에서 제대로 된 라이벌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교전 횟수부터 넘치는 개성과 순애보 노선까지, 키류에게 마지마가 있다면 카스가에게는 앞으로 야마이 유타카가 함께 하겠네요.

여기서 함께 한다는 말은 도울 땐 돕지만 주로 서로 주먹질하며 만날거라는 걸 용과 같이 팬이라면 이해하시겠죠.

용8의 새로운 인물인 토미자와는 비록 동성회의 전설들 중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껏 키류에게 도움을 줬던 인물들은 같은 야쿠자같은 뒷쪽 세계의 사람들 외에도 일반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벤트를 위한 만남이라 키류쪽에서 깊게 인연을 맺지 않았습니다.

토미자와는 일반인이었지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다녀왔고 복수를 위해 범죄집단에 몸을 담았지만 카스가를 만나고 다시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일반인으로 돌아옵니다.

누명을 쓴 것만 같을 뿐 키류나 카스가와 달리 그 어느쪽 사람이라고 콕 집어 말하기 애매한 입장이죠.

이 포지션만큼은 난바도 아다치도 치토세도, 심지어 사에코조차 대신해줄 수 없어요.

이 애매함 덕분에 토미자와는 카스가를 옆에서 도울 든든한 아군이며 진정한 이해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키류가 카스가에게 맡긴 야쿠자를 조용히 사라지게 할 미래를 위해 다음 편에서도 반드시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용8의 새로운 인물인 치토세도 지금껏 키류 주변에는 없던 유형입니다.

그나마 비슷한 인물을 꼽으라면 용제로의 타치바나 정도일까 싶지만 그와 달리 치토세는 범죄자 출신도 아니고 힘을 함부로 쓰지 않았으며 벌을 받기 위해 반성하면서 고백했습니다.

아무리 카스가가 바보소리 듣는 게 이상하지 않은 속 좋은 사람으로 줄곧 묘사되지만 당사자 앞에서 고백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치토세 또한 마찬가지로 카스가가 앞으로의 여정을 헤쳐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동료일 겁니다.

무엇보다도 시리즈 내내 나이든 사람들만 늘어나는 와중에 젊은 피구요.

 

다만, 아무리 의지를 이어가길 바란다지만 키류 카즈마가 야쿠자인 건 변하지 않습니다.

야쿠자는 누가 뭐래도 범죄조직이죠.

범죄자는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절대로 미화되어선 안됩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작진들도 키류를 멀쩡한 몸으로 노년을 맞아 편안히 잠들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미래가 확정지어진 키류가,

모든 일을 폭력을 사용해서 해결해오던 키류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시리즈 내내 올곧게 행동하려 노력하며 일반인에게는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타인을 돕기 위해 온갖 오지랍을 부려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에 키류 카즈마가 일생을 걸고 부르짖으며 카스가에게 넘긴 의지는 단순히 야쿠자끼리의 의협놀이가 아닙니다.

가상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누구에게나 공감이 될만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했던 유미로 부터 들었던 운명으로 부터 도망치지 말라는 말은 키류 인생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힘에 부쳐 포기하려고 하면 카스가는 살아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목놓아 설득합니다.

두 사람 모두 운명이 있다면 거스르지 않고 부딪혀 묵묵히 뚫고 나갑니다.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될지 안 될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이렇듯 후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캐릭터가 키류겠습니다만,

어쨌든 지나간 세월의 상징이니 키류를 이야기에 녹임에 있어 어쩔 수 없이 과거의 산물로 묘사됩니다.

이전작을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주변의 도움이 있어왔어도 결국 홀로 답파하는 전설의 야쿠자 도지마의 용이 키류였습니다.

하지만 8편에서는 충분히 혼자 이겨낼 수 있을 듯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전보다 약해진 키류의 모습을 강조합니다.

여기까지보면 키류가 걸어온 길이 부정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에 드디어 키류는 카스가와 함께 합니다.

그리고 카스가의 동료들은 키류의 동료가 되어 협력하며 난관을 헤쳐나갑니다.

시스템상으로도 필살기의 이름이나 동료와의 애정도의 이름을 유대로 표현하고 카스가가 적에게 달려들 때 자신의 힘이 아닌 동료들과의 유대의 힘을 외칩니다.

혼자 걸어온 길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함께 하면 굳이 그 무거운 짐을 혼자서 낑낑대며 짊어질 필요가 없다.

당신에겐 내가 있다.

우리가 있다.

 

이런 동료와의 유대감을 심층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동료와 함께하는 RPG만큼 훌륭한 장르는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액션을 강조한 게임에서 서사적 동료는 있어도 전투를 함께 하는 동료는 찾기가 힘듭니다.

호라이즌, 다크소울 시리즈만 봐도 거대한 세상에 맞서 홀로 싸워나가는 압박감이 훨씬 강하죠.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용과 같이 시리즈는 키류가 직접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전투를 하는 액션 RPG가 적합했습니다.

하지만 용7부터는 카스가로 주인공이 교체됐고 당시 카스가는 시작점은 비슷했어도 시작부터 남다른 사건을 겪고 성장한 키류와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존재였습니다.

혼자서는 난관을 타파하기에는 너무나 연약했기에 동료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턴제 RPG의 또 다른 장점은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를 묘사하기도 훨씬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RPG를 즐기신다면 파이널 판타지까지 갈 필요도 없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페르소나가 대표적인 예죠.

당연히 저도 갓 오브 워처럼 원맨아미가 막강한 힘으로 일대를 휩쓸어버리는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키류 혼자, 혹은 서브 주인공들과 번갈아, 가부키쵸를 누비던 예전작들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은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류가고토쿠 스튜디오는 홀로 세상에 맞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용제로부터 용6까지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오죽했으면 장르를 바꾸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들을 조명해내려 할까요.

 

용8의 전투는 조금 더 템포가 빨라졌고 디테일한 조작이 추가됐습니다.

그렇다고 용7보다 확 달라진 건 아니고 턴제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늘어짐은 여전합니다.

아군 강화, 적군 약화, 약점 공략, 회복 등 전투중에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고민할 거리가 즐비한 것도 여전하구요.

그럼에도 용8에만 있는 키류만을 위한 전투 시스템과 더 좋은 위치를 선정하기 위한 전략적 이동은 이전 턴제 RPG에서는 경험해본 적 없는 신선함이었습니다.

 

...

 

이렇게 열정적인 감상을 끝까지 늘어놓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많이들 지적하는 부분인데 저 또한 스토리의 세부적인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와이에서의 흐름은 좋았습니다, 때로는 진부하더라도 잘만 만들면 상관없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문제는 카스가와 관련된 흑막의 진실에 대한 거였어요.

새로운 시리즈의 최종 흑막이 이전에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인 건 이해합니다.

그 최종 흑막이 주인공과 이래저래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출신이더라-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실은 이러이러해서 아무도 몰랐던 건데 어쩌다보니 사실이 드러났고 우연히 거기에 가게 된 바람에 밝혀졌다-라니.

그놈의 우연.

연결이 너무 억지스럽다는 거죠.

심지어 카스가와 흑막의 연결고리에 용7에서 나왔던 중요 인물이 또 연관되어 있어요.

용7에서 친가 문제로도 환장할 뻔 했는데 용8은 외가쪽 관련해서도 개판이 이런 개판이 없습니다 정말.

더불어 흑막의 또 다른 문제인데, 이렇다할 카리스마나 강렬함이 없습니다.

게임 내내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계속보여주다가 막판에 읭? 쟤 왜 저럼?? 하게 만드네요.

초반에는 용3의 미네 느낌을 내려고 했나 싶었는데 날카로움도 없고 강력함도 없고 잔인함도 없고 그냥 지 능력은 출중했는데 세상이 미웠다고 하네요 어휴.

 


 

키류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물론 마지마의 말처럼 그 존재는 야쿠자에게 있어 전설 그 자체이기에 등장하지 않더라도 언급은 피할 수 없겠죠.

그리고 카스가의 여정이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키류가 카스가에게 맡긴 건 미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야쿠자의 소멸을 위한 행진입니다.

모르겠네요, 용9나 용10쯤 가면 요즘처럼 야쿠자는 골방 늙은이 신세가 되어서 한구레를 때려잡는 그림이 나올지도요.

어쨌든 시리즈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Bon Boyage!!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카스가 같은 친구나 동료를 곁에 두고 싶습니다.

고생은 좀 하려나요??

이 글을 보시는 모두들,

쉽지는 않겠지만 인생이라는 항해 중 좋은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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