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낮아도,
영화적 완성도가 높은 덕에 90년대 극장 팬을 위한 선물이 된 아이러니.
유적을 가로지르고 보물과 유물을 찾아 모험과 활극을 선사하는 장르는 플랫폼을 구분하지 않고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은 툼 레이더와 언챠티드가 대표적이죠.
영화는 다빈치 코드부터 영화화 된 툼 레이더와 언챠티드, 미이라, 캐러비안의 해적, 국산 영화인 전우치도 살짝 이쪽이고 뭐 셀 수도 없을 정도죠.
그럼에도 그 뿌리는 어디에서 뻣어나왔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말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먼저 유적 탐험을 주제로 한 영화는 있을지언정 장르 자체를 개척한 건 인디아나 존스라고.
저처럼 인디아나 존스를 영화관에서 본 세대라면 포스터를 보자마자 모험과 활극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디아나 존스의 메인 OST가 귓속에서 자동 재생될 거라고 믿습니다.
최신작인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이 2023년에 개봉됐었습니다만,
해리슨 포드가 아닌 인디아나 존스를 상상하기도 힘들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차세대 인디아나 존스에게 시리즈를 물려주는 과정이 없었죠.
어떻게든 해리슨 포드 원탑으로 갔어야 한 상황인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게다가 시리즈 특성상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힘드니 영화는 흥행에 대차게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디아나 존스가 게임으로 나왔다?
반가움 보다는 왜? 굳이?가 컸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유통이 요즘 말 많은 베데스다...?
워낙 벌려놓은 일들이 많으니 베데스다와 엑스박스의 눈썰미가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게임을 마무리한 지금도 여러가지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로서의 여러가지 장점을 재밌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는 건 확실했습니다.
90년대 영화 특유의 연출
다른 게임과 가장 차별화된 요소라면 역시 인디아나 존스만의 매력일 겁니다.
게임이 언제 발매되건 간에 그 당시의 최신 요소들을 모아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기 마련이잖아요?
인디아나 존스 : 그레이트 서클은 최소한 카메라 앵글과 연출적인 면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올드 스쿨을 보여줍니다.
극 초반이라 어차피 볼 수 밖에 없는 구간으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마치 카우보이의 1:1 대결을 하듯 실력을 보여준 뒤 그늘 속에서 주인공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누가 요즘 이런 식으로 인물을 등장시키나요 ㅋㅋㅋ
상황 상 같은 위험에 빠져 있지만 벌벌 떨고 고생하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죠.
조연을 놀려서 웃음을 주는 방식도 딱 옛날 스타일입니다.
고고학자답게 함정의 트리거를 간파하고 작동시킵니다.
먼저 도착했다가 당한 희생자의 시체가 의례 딸려나오기 마련이죠.
이 때 과하디 과한 표정으로 놀란 조연의 얼굴을 화면 가득 담는 앵글은 요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이 다음에도 조연 덕분에 90년대 감성이 한껏 치사량으로 주입되지만 너무 꿀잼이라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
이 외에도 적들이 총을 갈기는데 한 대도 안 맞는다거나,
비행기에 채찍을 걸어서 매달려 올라가거나,
사막 모래에 목 밑으로 묻혔는데 전갈들이 슬슬 기어오거나,
두 남자의 1:1 대결인데 분위기는 개그이거나 등등.
정말 90년대 영화 팬에게 바치는 감성뽕이 어마어마합니다.
왜 1인칭이어야 했을까
게임을 하면서 내내 든 의문입니다.
단연코 1인칭이기 때문에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습니다.
몰입을 위해서?
캐릭터의 시야로 본다고 캐릭터의 심정까지 몰입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영화는 등장하는 캐릭터의 표정을 담기 위해 골고루 카메라에 비추죠.
메인 스토리 진행은 영상으로 진행되고 탐험 도중에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이 대부분입니다.
전투를 위해서?
은신과 잠입이 주요 진입 루트입니다, 메기솔처럼 낮은 포복으로 지날 때만 1인칭으로 바꿔도 충분하죠.
총은 잘못 쏘면 적들이 싹 다 몰려와서 주변 확인이 힘든 1인칭은 전투가 더 어려워집니다.
심지어 스코프도 없어서 확대도 안되니 1인칭 시점이 주는 조준의 장점이 거의 없습니다.
탐험을 위해서?
1인칭이라서 주변이 잘 안 보이고 특히 문을 열려면 문의 바로 앞까지 가야합니다.
그런데 이게 열리는 문이 아니고 그냥 오브젝트다?
다시 뒤돌아서 빠져야 하는데 1인칭이다보니 시각적 어지러움이 느껴집니다.
옵치 같은 1인칭 슈터에 문제 없는 저도 상황이 반복되니 어지러운데 3D 멀미에 약한 분들은 힘드실 겁니다.
한 번은 기둥 위에 아이템을 집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방법을 몰라서 주변을 뱅뱅 돌며 점프만 했었습니다.
바로 멀미 느낌 오더군요.
유일하게 1인칭이어서 좋았던 건 총격전이 아닌 격투전을 할 때였습니다.
소규모 적 집단과 주먹이나 손에 잡히는 도구들로 치고 받는 느낌은 제대로 길거리 싸움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눈 바로 앞에서 주먹이 휘둘러지고 맞을 때도 화면이 흔들리니 엄청나게 역동적이죠.
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총을 소지한 적이 많아지면서 주먹 싸움을 할 수 있는 상황도 한정적입니다.
은신 후 뒤로 접근해서 한 번에 제압하는 게 최선이 될 수 밖에 없죠.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굳이 1인칭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주먹 싸움이 중요했다면 평소에 3인칭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1인칭으로 옮기면 될 일입니다.
아니면 3인칭이라고 타격감이 많이 약해졌을까요?
전쟁의 신과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갓 오브 워를 보면 숄더뷰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해하기 힘든 여러가지 시스템들
1인칭이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의 영역이라면 이제 서술할 부분은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무기에 내구도가 존재하고 그마저도 몇 번 사용하면 부숴지도록 세팅한 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명색이 쇠파이프인데 몇 번 휘둘렀다고 박살나는 건 이해하기 어렵지만...
진행하다 보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수두룩하게 깔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기마다 리치와 내구도가 분명히 다른데도,
이 게임은 사용하고 싶은 무기를 지니고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문을 열어야 하는데 열쇠가 필요하다?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떨구고 열쇠를 꺼낸 뒤에 문을 엽니다.
아니, 그냥 겨드랑이나 다리 사이에 끼워도 두 손이 자유롭고 정 안되면 입에 물 수도 잖아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떨구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아니, 도검류도 아니니 허리춤에 껴도 되고 옆에 잘만 메고 다니는 채찍에 어떻게든 고정하면 되잖아요??
그 외에도 대부분의 액션을 할 때마다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바닥에 떨구고 이행합니다.
그러다보니 무기를 윗쪽이나 아랫쪽으로 옮기고 싶으면 던지고 나서 이동해야만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동한 장소에도 무기로 쓸 아이템이 존재하고 이런 식의 이동이 잦은 구간은 보통 전투가 배제된 탐사 구간이기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정말 불편한 상황은 적에게서 탈취해서 사용할 수 있는 총기류 무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이 게임은 탈취한 총기류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추가 탄환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총기를 처음 획득 했을 때 장전된 탄환이 전부 소모되면 다른 총기를 구해야 총격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탄환이 바닥난 총기를 타격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신박했지만 그 시점에서 원거리 무기로서의 가치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뭔 짓을 하게 되냐면,
필드를 돌아다니며 한 곳에 총기를 모읍니다.
충분한 총기가 모여야 그 때부터 일 대 다의 총격전이 가능해지니까요.
아,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기본 장비인 리볼버가 존재는 합니다.
그리고 이 리볼버는 적의 총기와 달리 총알을 구해서 장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총알을 필드에서 찾는 게 상당히 힘들고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 한 박스에 총알 '2개'가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존스 '박사님'께서는 리볼버 총알을 더 많이 들고 다니는 것조차도 책을 보고 배워야 이해하시네요.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과 살인 말고 아는 게 대체 뭘까.
총기류 얘기를 하는 김에 하나 덧붙이자면,
물리 엔진이 쓸데없는 곳에서 섬세합니다.
이 게임은 적 Ai가 멍청한 덕분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보초탑 위로 총을 여러개 던져놓고 올라가서 학살 준비를 끝마쳤다고 칩시다.
총 하나의 탄환을 전부 소진하면 말씀 드렸듯이 재장전이 안되니까 다른 총을 집어야 하겠죠?
그런데 살펴보니까 5정 있어야할 게 2정만 있네요?
조준하려고 움직이는 제 움직임에 총이 밀려서 아래로 떨어져버린 겁니다...
하.
초반부에서 채찍은 적에게 둘러 싸여도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대부분의 전투를 근접전으로 해결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갈 수록 총을 소지한 적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니까, 채찍을 장애물을 넘는 도구로 활용하는 건 이해하겠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여타 다른 등반 장비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너무 만능이네요.
돌출부에 채찍을 감아서 잡고 뛴 다음 공중에서 그 채찍을 풀어서 다음 돌출부로 거는 건 진짜...
늘어진 넝쿨을 연속으로 잡고 건너는 것도 아니고 고고학 교수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죠 대체?
회복 아이템을 선택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십자키를 한 번 누를 때마다 종류별 회복 아이템을 차례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왜 때문인지 해당하는 아이템을 반드시 눈 앞에 꺼냈다 집어넣다하는 행동을 거치게 됩니다.
체력 > 추가 체력 > 스태미너 순서로 선택해서 현재 스태미너 아이템을 사용할 상황이라고 치면,
천천히 선택할 때는 문제가 없어요.
선택키를 빠르게 연타해서 사용하면 아이콘은 스태미너인데 막상 사용한 건 추가 체력 아이템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니, 이걸 글로 써놓으면 좀 이해가 안 되실 수 있는데 진짜 그래요.
이게 특히 전투 상황에 문제가 됩니다.
총 한 방만 맞아도 피가 쭉쭉 빠지는데 빨리 회복해야 하잖아요.
가뜩이나 회복한답시고 붕대(체력) 쭉 펴서 붙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내가 그 전에 빵(추가 체력)이나 과일(스태미너)를 사용했었다?
적들이 몰려드는데 내가 원하는 회복 아이템을 손에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을 버텨내야 합니다.
전투 중 아이템 선택도 불편하지만 진행에 있어 가시성도 뚜렷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특히 위험한 지형에서 이동해야 하는 지점에 페인트 등으로 강조를 하는 건 언챠티드를 위시한 각종 액션 게임에서 이미 정석적인 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인디아나 존스에도 있긴 있습니다, 있는데, 눈에 확 띄게 보이질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수중 이동에서 다시 한 번 불거지는데...
특정 지역에서 너무 힘들었습니다만 자세한 건 심각한 스포라 자제하겠습니다.
몇 번을 죽었는지 원.
지도도 참... 이런 신박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지도 시스템은 처음입니다.
지도를 불러오면 실제로 보는 것처럼 펼쳐집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듯 카메라를 아래로 내려야 지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죠.
게다가 지도를 핀 채로 걷거나 달리면 움직이는 주변 환경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 신박해요! 멋져요!
그런데 왜 꼭 지도를 보려고 고개를 숙여야 하죠?!
지도를 들어 올려서 눈 높이에서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심지어 이 게임은 유물 탐사가 주력인데 지도에 메모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오픈 월드가 아니고 반픈 월드라지만 빠른 이동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나한테 왜 이러냐고 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선물이다
전투와 파밍이 좀 더 강조됐으면 좋았을 걸... 그럼 툼 레이더 하시면 됩니다.
활극과 탐사가 좀 더 강조됐으면 좋았을 걸... 그럼 언챠티드 하시면 됩니다.
분명 게임성으로 따지자면 여타 유적 탐사류의 게임에 비하면 모자란 점이 많은 건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불평불만을 늘어놨지만 어딜가든 특정 미션들이 순서대로 반복되는 것도 아니고, 초반 미션 다 했더니 할 게 없어서 놓게 되는 게임도 아닙니다.
여태껏 엑스박스에서 독점으로 나온 게임들에 비하면 너무나 정상적인 게임입니다.
그리고 장점이 너무나 분명합니다.
헛웃음 나오고 유치하지만 밉지 않은 개그씬,
어설프고 전문적이지 않지만 낭만있는 전투씬,
요즘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기초에 충실한 액션씬,
올드하지만 그렇기에 시대상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들,
그리고 들어가는 유적마다 다 부수고 나오는 이 바닥의 전통(...)까지,
90년대 액션 활극 영화의 정점이었던 인디아나 존스의 느낌을 너무나 잘 살렸다는 거죠.
뜬금없이 부활한 위대한 고고학 교수님이십니다.
추억과 감성을 등에 업고 상당히 괜찮은 재등장을 하셨네요.
하지만 게임적으로 불편한 점이 많아서 존망의 위기를 구할 엑박-지저스 까지는 아닌 듯 합니다...
게임적 완성도를 기대하지 마시고 90년대 영화를 한 편 보는 느낌으로 즐긴다?
그렇다면 상당히 괜찮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뭐 엔딩마저도 여러가지 의미로 인디아나 존스 답다고 느껴졌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