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0살쯤으로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면,
사촌형이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온 덕분에 잡다한 게임들을 많이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전설의 명작인 줄도 몰랐던 울티마부터 삼국지2까지 PC게임을 알게 된 계기였었네요.
그리고 보드게임도 몇가지 같이 했었는데 기억나는 두가지 중 하나가 라이프, 다른 하나는 캐슬 리스크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아날로그 게임보다는 아케이드, 슈퍼패미컴 등의 디지털 게임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취미가 맞는 친구들과 만나 TRPG의 매력에도 빠졌었습니다만 보드게임에는 관심을 끄고 살았었네요.
00년대에 보드게임 까페 유행할 때 할리갈리 좀 해보고 지인의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달무티 정도를 해본 게 다니까요.
다시 보드게임을 접하게 된 건 우연히 집 근처에 보드게임 까페가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다음이었습니다.
저는 보드게임 까페 자체가 이미 지나간 유행이라 다 망해서 없어진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레드버튼이나 홈즈앤루팡 같은 체인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어 꽤나 놀랐습니다.
넓은 홀에 테이블이 쭉 깔려있고 중앙이나 벽면에 보드게임들을 두고 직원들이 와서 게임 룰을 설명해주던 예전 스타일을 떠올리며 들어갔는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까페나 다름없는 계산대와 수많은 보드게임이 눈을 사로잡고,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고 홀의 테이블이 아닌 방으로 안내해주며, 음료와 음식 주문은 타블렛으로 하는데 게임 검색과 심지어 게임 룰 설명도 타블렛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20년 전에 경험했던 보드게임 까페를 생각한 제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지 격하게 깨달았습니다...
제 포스트 [보드게임] 요트 다이스 에서도 언급했었는데 처음 보드게밍 까페에 방문한 계기는 그 요트 다이스 때문이었습니다.
애초에 스위치로 재밌게 하던 게임인데 실물을 구입하기 전에 직접 만져보자...
해서 갔던 보드게임 까페였는데 예상과 달리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었던 거죠.
그렇게 보드게임 까페를 다니며 처음 보는 게임들을 하나씩 즐겨봤습니다.
아내와 둘이서만 다녔기에 3~4인 이상급은 못 해보고 로스트 시티, 클루, 도망자, 스플랜더 등을 해봤습니다.
여담으로 가장 몰입해서 재밌게 즐겼던 건 언락 시리즈였습니다.
재밌어는 하지만 실제 방탈출은 억까 패턴이 너무 많아서 실망을 많이 했거든요.
게다가 1회성 컨텐츠다보니 직접 구입하기엔 돈이 아까우니 보드게임 까페의 존재 의의가 너무나 큰 거죠.
여튼, 슬슬 좀 어려운 룰을 가진 게임도 좀 해볼까하다가 테라포밍 마스가 그렇게 잘 만들었다길래 도전해봤습니다.
룰을 배우면서 1판을 하니까 2시간이 넘게 지나가더군요 크흡.
분명 잘 만들긴 했는데 컴퓨터가 해주면 편할 걸 사람이 일일히 조작하고 확인하려니 시간과 수고가 너무 들었습니다.
테라포밍 마스보다 좀 덜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안 잡아먹는 게임이 없나.
네, 그렇게 윙스팬을 발견하게 됐다는 얘길 하려고 서론을 이렇게 길게 끌었네요.
윙스팬은 처음부터 박스의 그림 때문에 눈에 띄었습니다.
알고보니 워낙 유명했던 게임이라 제가 방문했던 모든 보드게임 까페에도 있었구요, 각 매장당 1개 뿐이었지만.
매장마다 익스퍼트니 베리 하드니 표현은 달랐지만 어려운 게임이라고 대놓고 협박을 하길래 꺼려졌었는데,
막상 이해하고 보니 윙스팬의 커버 이미지 그 자체였습니다.
부드럽고 편하고 부담 없는 보드게임이었어요.
먹이를 얻어서, 서식지에 새를 풀어 놓으면 알을 낳고, 새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연을 순환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경쟁하는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상생하는 요소가 많고 애초에 게임의 컨셉 자체가 새를 관찰함으로서 자연을 더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겁니다.
이때껏 해왔던 게임들은 상대를 짓밟고 약탈하고 속이고 추적하는 것들이었는데 윙스팬의 스탠스는 완전히 정반대인 거죠.
구성품도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 뿐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제가 구입 후 언박싱하며 찍은 영상의 스샷입니다.
한 번 해보고 나서 '아 이건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얼마주고 구입하면 몇 번이나 게임을 하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그냥 소장용으로라도 꼭 사야겠더라구요.
구입 후 아내와 이미 여러번 플레이를 했기에 본전은 뽑았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학생도 아니고 보드게임 까페가면 이것저것 시켜도 먹고 2~3시간쯤 있다 나오면 금액이 은근 나오는 거 생각하면 구입하는 쪽이 싸게 먹히기도 하구요.
집에서 윙스팬하면 커피도 공짜나 마찬가지고?!
물론 얼마전에 다른 게임 해보러 또 보드게임 까페 다녀는 왔습니다만 핳하.
직접 구입한 윙스팬 언박싱하는 영상입니다
추가될진 모르겠지만 현재 윙스팬에는 세 가지 확장팩이 있습니다.
보통 전략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오세아니아를 추천하시고 2인이 다채롭게 즐기고 싶다면 아시아를 추천하시더군요.
이래저래 새들 모으고 싶어서라도 다 구입하고 싶지만 부피도 있고 고민입니다.
또 한가지, 윙스팬은 스팀 버전, 즉 PC판이 존재합니다.
PC판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각 카드에 해당하는 새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새가 움직인다는 거죠.
한글화도 잘 돼있고 심지어 멀티 플랫폼을 지원해서 한 명은 PC, 한 명은 모바일로 해도 같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컴퓨터로 보드게임? 스팀 윙스팬
윙스팬 스팀판을 구입하는데 도움을 받은 블로그의 포스트입니다.
가장 궁금했던 게 스팀에서 게임을 1개 구입해서 2명이 즐길 수 있는가였는데 거기에 대한 답변을 세세하고 정성스럽게 해주셨어요.
다른 사람이 하는 동안 내 다음 행동에 대한 고민을 못하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뭐 가능한건 가능한 거니까요.
단점? 이라면,
역시 직접 주사위 굴리는 맛은 없는 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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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보드게임 까페 가시게 되면 어렵다드니 뭐니 써있어도 무시하시고 윙스팬 꼭 해보세요.
진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