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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관련/게임 리뷰

리뷰) 집게 소울, 하여튼 인간이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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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소울은 하나의 게임을 넘어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로서 게임계에 뿌리를 깊게 내립니다.

자연스럽게도 이에 영향을 받은 게임들이 생기고 같은 제작사의 블러드본과 엘든 링은 물론, 할로우 나이트나 인왕과 P의 거짓 등 여러 훌륭한 작품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Another Crab's Treasure

처음엔 이 썸네일만 보고 집게가 등장하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만,

장르가 소울라이크더라구요?

심지어 자세히보니 등껍질이 소라가 아니라 음료수 캔인 걸 확인하자마자 시사하는 바가 뚜렷하게 보여서 흥미가 강하게 끌려버렸습니다.

바로 이번 글의 주제인 어나더 크랩스 트래져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그냥 집게 소울이라고 불러야겠군요.

24년 4월 26일에 발매한 따뜬따끈한 신작이니 소울라이크 최신작이로고 해도 되겠죠.

여담으로 주인공을 집게와 소라게 중 뭘로 불러야할지 몰라서 검색해봤더니 소라게로도 부를 수 있지만 집게가 정식 명칭이라고 합니다.


집게 소울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환경 오염이며 배경이 바닷속이다 보니 해양 오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죠.

이미 각종 쓰레기들은 바닷속 주민들의 생활에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주인공 크릴도 모험 도중 수 많은 쓰레기를 껍질로 활용하며 바닷속 주민들은 쓰레기들을 활용해서 건물이나 장식의 재료, 심지어 의류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재료는 플라스틱이며 오죽하면 미세 플라스틱은 화폐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인간이 쓰레기를 투기하는 날을 운수대통의 날로 여기는 바닷속 주민들
반면 오염되고 있는 바닷속을 걱정하며 불안에 떠는 주민들

인간에게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는 책임과 회피를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골칫거리죠.

실제로는 가치가 없는 것을 새롭고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다니.

심지어 쓰레기의 유해 성분 때문에 자신들의 세상과 정신이 오염되어 가고 있는 줄도 모르는 거죠.

집게 소울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적은 쓰레기의 유해 성분 때문에 정신이 나간 주민들입니다.

겸사겸사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비웃는 대사들까지

해양 오염에 대한 지적이 해학적 위트로 점철되어 있는데 센스있게 비유하고 감상을 묘사하지 못 해서 너무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장르가 장르다보니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죠.

집게 소울이라고도 불리니 지향점은 분명히 소울라이크입니다.

이 장르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공통점이 있으니 '세이브 포인트에서 회복하면 사라진 적이 리젠된다' 입니다.

하지만 현재 소울라이크는 이런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시도가 얽혀져 매우 다양한 변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게임의 난도가 높고 세이브 포인트에서 회복하면 적이 다시 나타나는 것만으로 소울라이크를 정의하기는 힘들다고 봐야겠죠.

 

일례로 세키로와 인왕을 들 수 있습니다.

세키로는 분명히 다크 소울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동일한 제작사에서 만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다크 소울에는 없던 Z축 이동과 스태미너의 삭제 등 3D 액션 게임이라는 틀이 같을 뿐 같은 장르라고 보기에는 특히 전투 시스템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인왕 역시 소울라이크를 지향하고 만들었지만 아예 독립된 장르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특수 기술용 아이콘을 제외하면 가진 건 오로지 체력 게이지 뿐

이런 맥락에서 집게 소울을 세키로와 더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번째, 스태미터가 없습니다.

스테미너가 존재하는 다크 소울3와 엘든 링, 스태미너가 없는 세키로

스태미너는 현재 수치에 따라 소비해서 공격을 할지 혹은 물러나서 회복할지를 정하며, 또한 방어를 할지 회피를 할지 등의 공수 양쪽의 전략을 모두 책임지는 자원입니다.

그런데 이게 없다면 공격을 멈출 이유도 없고 방어와 회피 중 어느 쪽이 이득일지 고민할 이유도 없어지죠.

그리고 두번째는 패링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크 소울과 엘든 링에도 패링은 있지만 한 번 성공하면 바로 적이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큰 피해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키로의 패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방어를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세키로의 장르는 사실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연속으로 패링을 성공시켜야 상대에게 불리한 게이지를 채운 후에야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패링을 실행하는 버튼은 방어 버튼이기도 해서 패링에 실패하더라도 이쪽은 최소한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듯 시스템만 놓고 보더라도 세키로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그리고-

공격 방법이 약공격과 강공격으로 나뉘며 모으기 공격 또한 존재합니다.

강화 재료를 모아 대장간에서 강화하는 것도 다크 소울과 같습니다.

무기 강화 파츠와 등껍질을 교체하는 모션은 블러드본을 떠올리게 합니다.

점프가 있으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점프 공격은 세키로보다 엘든 링 느낌에 가깝습니다.

스킬 트리가 존재하는 것도 세키로스럽습니다.

물론 다름 게임에도 있지만 와이어 액션은 세키로와 같습니다.

무게 시스템이 존재해서 무거운 집을 짊어지면 회피 모션이 달라집니다.

화방녀 역할을 하는 npc가 존재하지만 세이브 포인트에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건 엘든 링과 같습니다.

바다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선지 필드가 넓은 편인데 탐험하다 보면 엘든 링 느낌이 납니다.

지도의 일러스트는 할로우 나이트 느낌이 강합니다.

등등

집게 소울은 본가 뿐 아니라 파생된 여러 게임들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잘 섞어뒀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소울라이크 잡탕이냐면 이게 또 그렇지 않습니다.

집 잃은 집게가 주인공이니 처음에는 맨 몸인데 여러 쓰레기를 등껍질로 사용하면서부터 이 게임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등껍질마다 다른 무게와 방어력과 기술들 ...임포스터?

등껍질로 사용되는 오브젝트들은 종류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고 내구도도 달라지며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달라집니다. 

집게가 주인공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개성을 무척 영리하게 접목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가지 뿐이지만 등껍질을 무기에 장착해서 둔기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화로 사용한 오브젝트는 언제든 등껍질과 교환할 수 있으니 두가지 종류를 몸에 지니며 교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또 깨알같이 유리 재질은 무기에 끼워지지 않고 부숴지게 해뒀네요.

 

이런저런 장점도 훨씬 많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 아무래도 갓오브워나 스파이더맨 같은 AAA급 게임이 아니다보니 만듦새가 다소 부족합니다.

- 지도를 제공했으면서 그 흔한 웨이포인트 하나를 찍을 수가 없습니다.

- 심지어 지도를 옮기며 살펴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오로지 내가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만을 보여줍니다.

- 초중반엔 그냥 참고할 수준은 되지만 후반에 나오는 어두컴컴한 장소에서는 지도가 하나도 도움이 안되더군요.

- 구입, 판매, 강화를 맡는 npc들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편했습니다.

- 아이콘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는 신경을 꽤 많이 썼지만 UI 디자인은 그냥 깔끔한 정도라 아쉬웠습니다.

- 등껍질에 장착하는 요소들의 종류가 꽤 다양한데 임의로 정렬이 되질 않아서 하나하나 찾아야 합니다.

- 와이어 이동을 너무 특정 구여겡 도달하기 위한 플랫포머식 장애물 회피 수단으로만 사용했다고 느낍니다.

- 그리고 신나게 때리던 적이 갑자기 퉁퉁 튕기며 바다 저멀리로 사라지고 보스를 잡고 있었는데 제가 튕기더니 일반적으로 갈 수 없는 맵 오브젝트 사이에 끼여버렸었습니다.

대부분 다시 진행하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됐지만 자잘한 버그가 있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P의 거짓 이후 정말 재밌게 즐긴 소울라이크였습니다.

미묘한 어색함은 있었지만 한글화도 상당히 잘 되어 있었구요.

특히 말장난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일례로 영어로 crab이 제기랄의 뜻도 있기에 주인공이 젠장! 이라고 할 때마다 게장으로 재미있게 번역을 해놨더군요.

그리고 해저도시+게의 조합이다보니 스폰지밥의 사장님 코스츔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핳하.

 

누가봐도 햄버거 가게 사장님

그리고 골뱅이 화방녀도 만나고... 트리가드도 만나고...

플레이 하는 내내 제작자의 소울라이크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제작사의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되네요.

 

+

썸네일만 보고 동화풍의 쉬운 게임인 줄 안 사람들이 많았나봅니다.

중간에 패치를 한 번 했는데 난이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게 만들었더군요.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들

저 총 옵션을 키면 보스도 한 방이라고 하더군요.

제작사가 의도한 난이도라는 게 있겠지만 너무 어렵다면 어쩔 수 없죠.

쉬엄쉬엄 진행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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